[칼럼 - 박동명]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금,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의 본질을 생각한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를 넘어 양심의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사전투표가 시작되었다. 선거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이때 유권자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정권 심판도 아니고, ‘진영 결집도 아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동네와 지역을 위해 묵묵히 일할 진짜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선거의 본질이다.


이번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는 5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사전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유권자는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사전투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사전투표는 단순히 빨리 찍고 끝내는 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일찍, 더 깊이 고민하여 행사하는 책임 있는 한 표이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다. 지방선거의 본질은 생활정치이다. 우리 동네의 골목길, 학교, 보육, 복지, 교통, 안전, 주차, 청년 일자리, 노인 돌봄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선거이다. 유권자의 시선이 중앙정치의 대립 구도에 갇히는 순간, 지역 현장을 잘 알고 공약을 성실히 준비한 후보는 뒤로 밀려날 수 있다. 광장의 큰 구호보다 골목길에서 들리는 주민의 작은 목소리를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지방선거다운 선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문제는 무투표 당선의 확대이다. 후보 등록 결과 전국적으로 500명이 넘는 후보가 경쟁 없이 당선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투표 선거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유권자가 선택할 기회를 잃는다는 뜻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비교와 검증의 과정이다. 선택지가 사라진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권리도 함께 약해진다.


현행 공직선거법 체계에서는 무투표 당선 사유가 확정되면 선거운동이 중지된다. 그 결과 유권자는 단독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 물론 선거비용과 행정 효율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은 효율성만이 아니라 대표성, 책임성, 공개성이다. 단독 후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책 공개와 공보 제공, 자질 검증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선택권이 사라진 자리에서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내용은 약해진다.


선거 막판의 이른바 깜깜이 기간도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을 요구한다. 여론조사 공표와 보도가 제한되는 시기에는 공식 정보보다 소문, 자극적 주장, 편집된 이미지, 악의적 프레임이 더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정보의 빈틈을 파고드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괴담인 경우가 많다. 후보의 역량이 아니라 흠집 내기만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수록 유권자는 출처를 확인하고, 선거관리위원회와 공신력 있는 언론의 팩트체크를 살펴야 한다.


토론을 피하는 정치도 문제이다. 선거에서 토론은 후보가 유권자 앞에 서는 최소한의 공개 검증 절차이다. 후보가 자신의 공약, 재원 대책, 행정 철학, 윤리 의식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토론 없는 선거는 검증 없는 선거가 되고, 검증 없는 선거는 결국 정보 없는 투표로 이어진다. 후보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을수록 시민은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야 한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를 가려내는 기준은 어렵지 않다. 첫째, 정책이 보이는지를 살펴야 한다. 상대를 비난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과 재원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다. 둘째, 사실을 말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의혹 제기, 자극적인 문장, 절묘한 시점에 등장하는 폭로성 자료는 반드시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선거 막판일수록 감정이 아니라 사실이 기준이어야 한다.


필자는 지방의회와 행정 현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유권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권하고 싶다.

첫째, 이 후보는 우리 동네의 과제를 알고 있는가. 도로, 주차, 보육, 교육, 노인복지, 청년 일자리, 지역경제 등 구체적 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이 후보는 법과 절차를 존중하는가. 지방의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을 감시하며, 조례를 제정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후보는 법적 절차, 견제와 균형, 예산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셋째, 이 후보는 공익의 눈을 가지고 있는가. 특정 정당, 특정 집단, 특정 이익만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와 미래세대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후보라면 어느 정당이든 지역 일꾼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유명세가 크고 구호가 화려하더라도 지역의 문제를 모른다면 좋은 지방정치인이 되기 어렵다.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최전선이다.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을 감시하며, 주민 생활과 직결된 조례를 만든다.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은 말뿐인 정치인이 아니다. 책임 있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 숫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 법과 제도를 이해하는 사람, 공익을 우선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금, 유권자는 다시 선거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진영의 깃발보다 지역의 삶을 보아야 한다. 순간의 분노보다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를 단호히 거부하고, 양심의 기준으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그 한 표가 우리 동네의 4년을 결정한다. 나아가 우리 지방자치의 품격을 결정한다. 선거는 정치인의 시간이 아니라 유권자의 시간이다. 이제 유권자가 냉정하고 품격 있게 답해야 할 때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6.05.29 15:31 수정 2026.05.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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