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의견 수렴 절차 강화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2026년 5월 15일 대표 발의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수정안이 한국의 탈석탄 전환 논의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 법안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로 인한 지역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고, 해당 지역 노동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노동계 및 관계 부처의 의견을 반영하여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했던 원안을 일부 수정한 뒤 이번 수정안을 확정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예정 지역에서 대체 산업을 계획할 때 노동자의 의견 수렴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데 있다.
지역 주민과 노동자 대표가 포함된 '지역 전환 협의체'가 폐지지역 지원 계획 수립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함으로써, 정책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민주적 구조를 갖추게 된다. 폐지 지역의 대체 산업으로는 무탄소 발전을 비롯한 에너지 산업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의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폐지지역 지원 위원회' 신설도 이번 수정안의 또 다른 핵심 요소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2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대표, 폐지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노동 및 지역 경제 활성화·대체 산업·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관련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로 이루어진다. 이 같은 구성 방식은 단일 부처나 관료 집단이 아닌,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주체들이 정책 방향을 함께 논의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평가된다.
법안 명칭 변경도 눈에 띄는 변화다.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에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으로 바뀐 것은 단순한 이름 수정이 아니다.
'노동자'라는 단어를 법안명에 명시함으로써, 지역 지원에 그치지 않고 개별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법적 의무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정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법적 구속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위원회 신설과 구성
독일의 탈석탄 전환 사례는 이러한 법안의 방향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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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석탄 관련 산업 철수 과정에서 대체 산업 투자 확대와 노동자 재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병행하며 에너지 전환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국은 석탄 의존도와 지역 산업 구조, 노동시장 특성이 독일과 상이하므로, 해외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기보다는 국내 지역사회 실정에 맞는 대안 산업 개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정안을 둘러싼 반론도 제기된다. 일부 환경·기후 단체는 탈석탄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고 비판하며, 충분한 재정 지원과 강제력 있는 일정표를 법안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법안 지지 측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실질적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은 전환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충분한 협의와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전환의 속도와 사회적 합의 사이의 균형 문제는 향후 법안 심의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법안의 방향성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실행 계획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환 과정에서 고용 유지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 재교육 프로그램의 실효성 검증 절차, 그리고 대체 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설계 등 세부 이행 방안이 법안 시행령 단계에서 충실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이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 변화를 이끌려면 이러한 후속 작업이 필수적이다.
대체 산업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
업계 차원에서도 이번 수정안은 관심의 대상이다. 대체 산업 육성을 위한 초기 단계 인센티브와 지원책이 구체화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및 무탄소 발전 분야의 민간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석탄화력 인프라와 숙련 노동력을 새로운 에너지 산업으로 연결하는 구조적 전환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일자리 대체를 넘어 지역 경제 생태계 전반의 재편을 의미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법안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틀을 보다 포용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기반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향후 법안 심의 과정에서 실행 가능한 절차와 구체적 지원 체계가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느냐가 이 법안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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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안전망이 갖춰질 때,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기후 목표와 사회적 공정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FAQ
Q.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얼마나 클까?
A.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는 해당 지역 고용과 세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발전소 한 곳이 폐지될 경우 운영·정비 인력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관련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세 수입 감소로 지자체 재정 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법안은 대체 산업 육성, 노동자 재교육 프로그램 지원, 지역 전환 협의체를 통한 지역 자원 발굴 등을 제도화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지원 규모와 집행 일정이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Q. 다른 나라의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 사례는 무엇이 있나?
A. 독일과 덴마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독일은 루르 공업 지대 탈석탄 과정에서 대체 에너지 산업 투자와 노동자 재훈련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지역 고용 충격을 완화했다. 덴마크는 풍력 에너지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기존 제조업 숙련 인력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두 나라 모두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재정 투자를 집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되, 석탄 의존 지역의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Q. 한국의 탈석탄 정책이 가지는 구조적 어려움은 무엇인가?
A. 한국은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고, 충남·강원 등 석탄화력 밀집 지역의 산업 의존도가 크다. 탈석탄 속도를 높일 경우 이들 지역의 고용과 세수 기반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또한 발전소 운영 인력 다수가 중장년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재교육 및 재취업 지원의 실효성 확보가 쉽지 않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지역 전환 협의체와 지원 위원회를 통해 이해 당사자 간 협력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재원 규모와 집행 체계에 대한 세부 규정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