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물가와 소비 위축의 이중고 직면
2026년 5월, 한국 화훼시장은 전통적으로 매출이 급증하던 '5월 대목'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자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이중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월 29일~5월 6일 기준 카네이션 평균 경매 가격은 1속당 1만 107원으로, 전년 동기(8269원) 대비 약 22.2% 상승했다. 어버이날(5월 7일)을 앞두고 서울 양재꽃시장은 예년의 북적임 대신 전반적으로 한산한 풍경을 보였다. 소비자들의 선물 트렌드도 뚜렷하게 바뀌었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대신 용돈이나 실용적인 선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꽃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양가 부모님께 드릴 꽃바구니를 알아보러 시장을 찾은 김예림(37) 씨는 6만 5천 원이라는 가격을 듣고 망설이다 발길을 돌렸다. 고물가 압박이 소비자들의 꽃 구매 심리를 직접적으로 억누르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10만 원대 고가 꽃바구니는 물론, 3만 원에서 5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제품마저도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카네이션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운송료 인상과 비닐 포장재 등 부자재 가격의 동반 상승이 지목된다. 국제 물류 비용이 높아지자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화훼 업계는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러한 비용 증가분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서 구매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 화훼시장의 위기는 고물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의 선물만 가능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전통적으로 화훼 수요가 높았던 직장 고객, 특히 공공기관 및 기업 관련 단체 수요가 줄어든 데 김영란법의 간접적 영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화훼시장에 미친 청탁금지법의 영향
서울 양재꽃시장에서 26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꽃집 26년 했는데 최악이었다"며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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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매출을 기대하는 5월이 고물가와 소비 심리 변화로 인해 오히려 가장 힘든 달이 된 셈이다. 화훼 농가와 소매상 모두 수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고객층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일부 화훼업체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고객 맞춤형 꽃다발 서비스나 독창적인 디자인을 제공하는 업체는 특정 고객층의 수요를 일정 부분 유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의 필요에 맞춰 제작하는 맞춤형 상품은 가격 경쟁 대신 품질과 감성으로 승부하는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통적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화점·대형 마트의 정기 프로모션 외에 SNS를 활용한 비대면 마케팅과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을 강화해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 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 내에서 제기된다.
미래 화훼시장 전망과 대안 모색
화훼시장은 이제 '5월이면 대목'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독창적 제품·고품질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 없이는 다음 시즌도 대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작 방법 도입이나 유통 단계 축소 등을 통해 생산·유통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 화훼 상품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화훼시장이 구조적 전환점을 맞은 지금, 가격 부담을 낮추는 공급망 개선과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유통 혁신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FAQ
Q. 고물가 시대에 꽃 선물 비용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A. 계절에 맞는 국내산 꽃을 선택하면 수입 꽃에 비해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시장 직거래나 온라인 화훼 플랫폼을 이용하면 소매점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소형 맞춤 꽃다발이나 단일 품종 화분처럼 규모를 줄인 선물도 정성을 충분히 전달하는 대안이 된다. 화훼업체의 SNS 채널이나 앱 전용 할인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면 정가 대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가정에서 장기간 관리할 수 있는 소형 관엽식물이나 다육식물은 일회성 꽃다발보다 실용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Q.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화훼시장에 미친 영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금품·식사·선물의 허용 범위를 법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2016년 시행됐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기업이나 기관 단위의 단체 꽃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화훼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직장 내 경조사나 명절 선물용 꽃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체 시장 규모 축소로 이어졌다. 법 자체가 부정 청탁 방지를 목적으로 하지만, 화훼처럼 선물 수요에 민감한 품목에는 간접적인 시장 위축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법 개정이나 농수산물·화훼류 예외 기준 조정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Q. 화훼시장 회복을 위해 업계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A. 단기적으로는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직거래 채널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맞춤형 소량 꽃다발 서비스나 구독형 정기 배송 모델은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입 부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생산 비중을 높여 원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경작 방식 도입과 유통 단계 축소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는 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업계 차원의 공동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꽃 소비 문화 자체를 일상적인 것으로 확산시키는 노력도 중장기 회복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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