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 테크노폴리스 ‘전가영수학과학학원’ 전가영 원장 |
대구 테크노폴리스. 빠르게 성장하는 교육 수요 속에서도 여전히 ‘성적 중심’의 학습이 주류를 이루는 이곳에서,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한 학원이 있다. 단순한 문제 풀이가 아닌 ‘경험’과 ‘탐구’를 통해 아이들의 가능성을 키워가는 공간, 전가영수학과학학원이다.
기자는 “높이 사고하고 깊이 탐구하라”는 이곳의 교육 모토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강의실을 찾았다.
이곳의 수업은 일반적인 학원과 시작부터 다르다. 교재를 펼치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실험과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가영 원장은 연구원 출신이다. 고분자공학과 바이오 분야에서 실제 연구를 수행했던 경험은 교육 철학의 출발점이 됐다. “연구를 해보면 알게 돼요. 이론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아요. 결국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중요하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손으로 만지고, 직접 경험한 아이들만이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교육 방식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공부’가 아닌, ‘과정을 이해하는 공부’로의 전환이다.
▲ 사진 = 전가영수학과학학원 |
전 원장이 학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연구소에서의 경력을 뒤로하고, 교육 현장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 데에는 한 학생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었다. "학교나 아동센터로 찾아가는 과학실험으로 만났던 친구가 있었어요. 과학을 정말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나중에 영재고 1차에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어요."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2차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도와주고 싶었는데 제가 줄 수 있는 정보가 없었어요. 그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 경험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능력 있는 아이들이 왜 환경 때문에 기회를 놓쳐야 할까.’
이 질문이 지금의 학원을 만든 출발점이었다. “잘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그 가능성이 사라지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 풀뿌리 여성조직 지원사업으로 경력단절 여성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전가영 원장 (사진 = 전가영수학과학학원) |
그보다 앞선 시기, 전 원장은 또 다른 교육 경험을 쌓았었다. 2018년, 과학 수업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 ‘풀뿌리 여성조직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경력단절 여성들과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주변 어머님들께 과학을 알려드리고, 로봇이나 드론 같은 활동도 함께 했어요. 앞으로 어떤 시대가 올지 직접 느껴보셨으면 했거든요.”
이 과정에서 단순한 교육을 넘어 새로운 변화도 만들어졌다. “같이 수업을 들으셨던 분들 중에는 그 경험을 계기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거나, 서로 정보를 나누며 길을 찾아가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당시 지원금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위한 체험 교육도 함께 진행했다. 전 원장은 이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런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경력단절 여성분들이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코로나 시기, AI 교육의 흐름을 빠르게 읽은 전가영 원장. 인공지능 교육을 직접 이수한 뒤, 아이들에게도 조기 AI 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공모전과 대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
전가영수학과학학원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의 생각을 끊지 않는 수업’이다. 수업 시간, 아이들의 말은 단순히 흘려듣지 않는다. “아이들이 엉뚱한 얘기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걸 그냥 넘기지 않아요. 그 안에 아이디어가 숨어 있거든요.”
이러한 방식은 과학뿐 아니라 수학 수업에서도 이어진다. 단순 공식 암기가 아니라, “왜 이런 공식이 만들어졌는지, 어떤 원리로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학도 결국은 사고의 과정이에요. 이유를 이해하면 응용이 훨씬 쉬워집니다.”
실제로 한 학생의 사례는 이 철학을 잘 보여준다. 수업 중 엉뚱한 이야기를 자주 하던 학생. 일반적인 환경이었다면 ‘집중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원장은 그 아이의 말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친구가 책도 많이 읽고 생각이 깊은 아이였어요.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팀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게 했어요.”
결과는 놀라웠다. 예선, 본선, 결승을 거쳐 전국 대회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다. “어머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쓸데없는 소리라고 혼냈던 게 너무 미안하다’고요.” 이 경험은 한 가지를 증명했다. 아이의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가능성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
▲ 사진 = 전가영수학과학학원 |
이곳에서는 ‘실패’도 하나의 교육 과정이다. “요즘 아이들은 실패를 잘 안 해요. 실패 자체를 두려워하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실패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하기도 합니다.” 전 원장은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한테 항상 이야기해요. ‘한 번에 되는 건 없어. 열 번은 해야 한 번 될까 말까야.’”
이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간다. 실제로 자존감이 낮아 도전을 꺼리던 한 학생은, 전 원장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처음엔 ‘저는 못할 것 같아요’라고 하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한 달 뒤에 상장을 들고 오더라고요.”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다. “그 상장 하나로 그 아이가 ‘나는 과학을 잘하는 아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입시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단순한 성적 향상이 아니라, 경험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중고등학교 올라가면 수행평가나 발표가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해본 아이들은 확실히 다릅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발표하고, 자료를 찾고, 팀을 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단순한 학습을 넘어 ‘미래 역량’으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 = 전가영수학과학학원 |
전 원장은 현재 교육 환경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했다. “지금은 경쟁 구조가 너무 강해요. 난이도는 계속 올라가고, 아이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쓰고 있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공부는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곳의 수업은 조금 다르다. “아이들이 ‘놀러 간다’는 기분으로 오지만, 결국은 배우고 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전가영 원장의 목표는 단순한 학원 운영을 넘어선다. “제 이름을 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누구나 ‘그 수업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이를 위해 그는 지금도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과학과 요리를 결합한 실험, 전통 놀이와 수학·과학 원리를 연결한 수업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수업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나중에는 그걸 하나의 교육 콘텐츠로 정리해보고 싶고요.”
교육은 결과로 평가되지만, 성장은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전가영수학과학학원이 보여주는 방향은 명확하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는 교육.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을 끊지 않고, 실패를 경험하게 하며,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과정.
그 속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시작된 작은 경험이, 아이들의 미래를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