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 값은 빼고 차체 가격만 지불하는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본격 도입된다.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구매 부담이 사라지면서 전기차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11일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소유권 분리 기반 구독 서비스'를 포함한 총 16건의 규제 샌드박스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 '배터리 구독'으로 문턱 낮춘다… 초기 비용 획기적 절감
현행 자동차관리법상으로는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권을 분리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실증특례를 통해 소비자들은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리스사로부터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쓸 수 있게 된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이 제외되면 소비자들의 초기 구매 부담은 대폭 낮아진다. 리스사는 대여가 끝난 배터리를 회수해 재이용하는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하고,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활용해 이용자의 구독료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실증은 2026년 10월부터 현대차 2,000대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된다.
■ 광주 도심서 '레벨4 자율주행' 200대 달린다
광주광역시 일대는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거듭난다. 위원회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차량 200대에 대해 복잡한 '자기인증' 절차 없이도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기술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 현장대응 차량을 '긴급자동차'로 지정해 사고 시 신속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인공지능(AI) 기반의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도심 단위에서 검증할 예정이다.
■ 페달 오조작 방지·교통약자 동행 등 체감형 서비스 확대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기술들도 실증에 나선다.
가속 페달 오조작 시 급가속을 자동 차단하는 장치를 검증해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한다.
특수개조 차량을 이용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을 이송하는 맞춤형 유상 동행 서비스가 허용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에 의결된 안건들은 국민 일상에 밀접한 미래 모빌리티 환경을 구현하는 핵심 발판"이라며, "실증 성과가 입증되면 관련 법령을 정비해 신기술이 조속히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모빌리티 규제 샌드박스 의결은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교통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와 광주 자율주행 실증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길 양대 축으로 꼽힌다.
전기차 시장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고가 초기 비용 문제가 '배터리 구독'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전기차 구매 가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그간 망설였던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구독 서비스가 장기적으로는 직접 구매보다 총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금융 상품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리스사가 배터리 재활용(Second-life)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구독료 인하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갈릴 전망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펼쳐지는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 실증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심 단위 프로젝트다. 단순히 기술력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AI 기반의 레벨4 자율주행이 실제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무대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증이 성공할 경우, 광주가 인공지능(AI)과 자동차 산업이 결합한 미래차 산업혁신 클러스터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이번 16건의 의결은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선 허용, 후 규제'라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나 교통약자 맞춤 서비스 등 국민 안전과 복지에 직결된 과제들이 포함된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기술의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공백은 철저히 메워야 한다. 배터리 소유권 분리에 따른 보험 체계 정비, 자율주행 사고 시 책임 소재 명확화 등은 실증 기간 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이번 규제 특례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하여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법령 정비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2026년, 대한민국의 도로는 이제 단순한 이동의 통로를 넘어 '혁신의 시험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