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생크탈출을 하고 싶다면

쇼생크탈출을 하고 싶다면 (영화 포스터)



달이 차고 기울듯이
그 사람도 밉다 이내 곱습니다.

부풀어도 달이고 여위어도 달이라 부르는 것은
변하지 않는 달의 원형을
기억하는 탓입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그 사람으로 외롭고 아파도 그를 사랑하는 건
그를 사랑하겠다고 맹서했기 때문입니다.

달은 절정도 없고 바닥도 없이 날마다 살아나서 달이 됩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사랑도 매일 눕고 일어납니다.      졸시 <사랑>

상상은 구름처럼 스스로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다가 물방울처럼 압축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도 매일 눕고 일어납니다.”
시의 마지막 문장이 저를 찾아올 때도 그랬습니다.
바람에 날려온 듯, 손끝에서 피어난 듯한 문장이지, 생각을 쥐어 짜낸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일이 있습니다.
정예서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의 <치유와 코칭의 백일 쓰기> 과정에 참여하고 있을 때입니다.
매일 글쓰기 주제가 바뀌는데, 어느 날 ‘엄마’라는 주제를 받았습니다.
저는 엄마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솔직하게 써나갔습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저 또한 당연한 감사와 약간의 불만의 사례를 중심으로 글을 써나갔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를 완성한 후 읽어보니 처음에 의도했던 글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글의 핵심어가 엄마에 대한 달달한 추억이 아니라 ‘불행한 엄마’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불행한 여자였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기에 ‘이 글이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엄마가 그냥 ‘내 엄마’로 남아있었다면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한 엄마’로 바라보니 엄마 뒤에 숨어있던 그녀의 삶의 궤적이 보였습니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한 명의 여자로서의 삶이 보였습니다.
비로서 알았습니다.
제가 품어왔던 엄마에 대한 불만은 엄마의 불행한 삶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인 것을 알고서 슬펐습니다.
그 아픈 조각을 보고 저는 오래도록 불평을 했던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 시의 마지막 문장이나 불행한 엄마와 같은 체험이 가끔 찾아옵니다.
글이 스스로 방향을 찾고, 손가락 끝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결론이 나오는 신비한 경험 말입니다.
저는 이런 일을 겪고 나서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또는 ‘글은 생각을 옮겨 적는 논리적인 일이다.’는 통념이 근거없는 소문인 것을 압니다.
반대로 글쓰기가 감정적 위로를 넘어서 ‘치유’가 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행처럼 글쓰기는 우리를 생각지 못했던 낯선 곳으로 이끌고 갑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글쓰기는 우리를 생각의 감옥, 현실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씨 뿌리고 김을 매는 농부처럼 “읽고 쓰기”는 우리의 삶을 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주) 정예서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의 대표적 인문학 프로그램인 <치유와 코칭의 백일 쓰기>는
생애 한 번, 나를 향한 10개의 질문에 답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내 삶의 지도를 그리는 과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에서 알아보세요. https://naver.me/FORMzQe3

'평범한 일상을 덖어 환희를 짓고 싶은'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칼럼니스트 김황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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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종 칼럼니스트 기자 yc1401@naver.com
작성 2026.05.10 23:30 수정 2026.05.1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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