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재에 대한 중국의 복합적 대응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NFRA)이 국내 주요 대출 기관들에 미국 제재를 받은 정유사 5곳에 대한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렸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이 조치는 해당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에 따른 것으로, 미·중 간 경제 갈등이 금융 부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 관련 거래를 취급하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2차 제재 가능성을 경고한 가운데, 베이징은 자국 은행들이 국제 제재망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반발 기조를 동시에 유지하는 복합적 태도를 선택했다. 이번 구두 지침은 5월 1일 노동절 연휴 직전에 하달되었다.
NFRA는 은행들에게 미국 제재 대상 정유사 5곳과의 새로운 위안화 표시 대출 계약을 중단하도록 지시했으며, 기존 대출 회수 명령은 포함하지 않았다. 제재 대상 기업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중국 최대 민간 정유사인 헝리 석유화학(Hengli Petrochemical (Dalian) Refinery)이다. NFRA는 아울러 은행들에게 헝리 석유화학을 포함한 해당 기업들과의 현재 거래 관계 전반을 점검하도록 했다.
이 지침이 발표된 직후인 5월 2일, 중국 상무부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상무부는 기업들에게 미국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무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2021년 도입된 '차단 조치(blocking measures)'를 처음으로 공식 적용한 사례로, 중국 기업들을 외세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처음으로 발동한 것이다.
NFRA의 대출 제한 조치와 상무부의 제재 무시 촉구가 사흘 간격으로 동시에 등장한 것은, 베이징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강경 기조를 겉으로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주요 국영 은행들의 2차 제재 노출을 막기 위한 실용적 조치를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헝리 석유화학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했다고 판단하고 제재를 부과했다. 이는 테헤란의 석유 수익을 차단하려는 워싱턴의 장기 정책의 연장선이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란과 연관된 거래를 처리하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2차 제재를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제재 조치는 이미 대상 정유사들의 운영에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다. 원유 수입 계약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정제 제품을 제3자 명의로 판매하는 우회 방식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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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형 은행들이 처한 상황은 구조적으로 난감하다. 자국 정부의 공식 기조는 미국 제재에 굴복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달러 결제 시스템과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 깊이 연결된 국영 은행들이 2차 제재를 받을 경우 입는 피해는 막대하다.
2010년대 중반 러시아 관련 제재 사례에서도 유럽 및 중국 일부 금융기관들이 결국 미국의 압박에 응한 전례가 있다. 이번 NFRA의 구두 지침은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현실적 타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금융 규제를 통해 자국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제한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민간 부문의 투자 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지침이 언제든 구두로, 그리고 공식 발표 없이 하달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영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반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이번 조치를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주요 국영 은행이 미국의 제재망에 걸릴 경우 중국 전체 금융 시스템에 연쇄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NFRA의 선제적 조치는 불가피한 리스크 관리였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무시하기 어려운 신호를 담고 있다. 중국 시장에 공급망 또는 자금 조달 네트워크를 둔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확대될 경우 거래 상대방 리스크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 미·중 양국의 규제 방향이 엇갈리는 국면에서,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는 공급망 구조는 실질적 경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규제 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반영한 리스크 분산 전략을 갖추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현실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금융 제재가 더 이상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NFRA의 구두 지침 하나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아시아 금융 시스템,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제3국 기업들의 공급망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중 양국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두고 규제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 이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인식해야 한다.
FAQ
Q. 이번 정책이 한국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인가?
A. 중국 NFRA의 신규 대출 중단 조치는 중국 내 정유·에너지 부문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공급망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중국 정유사로부터 석유화학 원료를 조달하거나, 중국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결제를 처리하는 기업들은 미국의 2차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목록은 수시로 갱신되므로,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기적인 제재 준수(Sanctions Compliance) 심사를 내부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 실질적 대응 방안이다. 미·중 갈등이 에너지·반도체·첨단소재 등 복수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단일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재편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Q. 한국 금융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한국 금융기관들은 미·중 제재 갈등이 자국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 수치로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중국 정유·에너지 기업에 대한 대출 또는 채권 보유 현황을 점검하고, 미국 재무부 OFAC(해외자산통제국)의 제재 목록과 대조하는 절차를 정례화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례처럼 규제 기관의 지침이 서면 공시 없이 구두로 하달되는 경우에도 신속히 포착할 수 있도록 현지 정보망과 리스크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제재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과 평판 훼손이 장기적으로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내부 준법 교육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Q. 앞으로 중국과 미국 간 금융 갈등의 전망은?
A. 미·중 간 금융 제재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과 맞물려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중국이 2021년 도입한 '차단 조치'를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 발동한 것은, 향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동일한 수단을 반복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측 역시 2차 제재 대상을 에너지 부문에서 첨단기술·반도체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갈등의 전선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이를 일시적 사건이 아닌 중장기 리스크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규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내부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알림] 본 기사는 법률·규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법률적 자문을 대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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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법적 문제가 있을 경우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