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코스피의 환호, 국민경제의 침묵

자산 상승과 사회 양극화의 위험한 간극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포인트를 넘어섰다. 202656일 한국 증시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고, 시장은 이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재평가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증시 강세는 인공지능 산업 확산 기대,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 그리고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 인식의 완화와 맞물려 있다.

 

이 성과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한국 증시는 기업 실적과 경제 규모에 비해 낮게 평가되어 왔고,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그 배경으로 거론돼 왔다. 그런 점에서 코스피의 상승은 한국 기업과 산업 경쟁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여기서 꼭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자본시장의 환호가 곧 국민경제의 환호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가지수가 오르더라도 서민의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대기업의 시가총액이 커져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삶이 여전히 무겁다면, 우리는 성장의 숫자와 생활의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직시해야 한다.

 

생활경제의 압박


2026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전월의 2.2%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생활물가지수와 주요 필수재 가격은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은 모든 계층에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소득이 낮을수록 식비, 주거비, 교통비, 에너지 비용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같은 2.6%의 물가 상승이라도 자산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이 느끼는 압박은 전혀 다르다. 자산이 있는 사람은 금융시장 상승의 혜택을 일부 누릴 수 있지만, 자산이 부족한 사람은 생활비 상승과 임금 정체를 더 크게 체감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산 격차가 사회적 격차로 번지는 지점이다. 주가 상승은 자산 보유자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자산이 거의 없는 계층에게는 그 과실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의 상승은 일부에게는 축복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키우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반도체 쏠림의 그림자


최근 한국 증시의 강세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재평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KOSPI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산업 집중은 지수 상승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특정 업종의 조정이 시장 전체를 흔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수출과 기술 경쟁력,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러나 반도체 중심 성장만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을 보장할 수는 없다. 반도체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고용 유발 효과나 지역 내수 파급효과는 서비스업이나 전통 제조업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 결과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과 고급 기술인력에 집중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비수도권 지역경제, 청년층의 체감 회복은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 수출과 주가가 오르는데 골목상권이 침체되고, 기업가치는 상승하는데 가계소득이 정체된다면, 그 경제는 분명 성장하고 있어도 사회 전체의 체감은 나아지지 않는다.

 

양극화의 확대


오늘날 양극화는 단순히 소득의 문제만이 아니다. 자산, 정보, 교육, 주거, 고용 기회가 서로 얽히면서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자산시장 상승 국면에서는 출발선의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난다. 이미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상승장에서 더 빠르게 자산을 불리고, 뒤늦게 진입하는 사람은 높은 가격과 변동성의 위험을 떠안게 된다.

 

이 구조가 계속되면 사회는 점점 더 노력의 격차보다 출발선의 격차로 나뉘게 된다. 이는 경제문제를 넘어 사회통합의 문제다. 국민이 자신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지표가 좋아도 경제에 대한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경제의 현실은 더 엄중하다.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 구조가 지속될수록 지역의 일자리와 소비 기반은 약화되기 쉽다. 인구 유출, 상권 침체, 청년 이탈, 재정 여건 악화가 겹치면 지역은 점점 더 성장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경제의 총량이 커져도 국민경제의 체감은 낮은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 가야 할 길


이제 필요한 것은 시장 상승의 축배가 아니라 분배와 확산의 전략이다. 첫째, 자본시장의 성과가 실물경제로 연결되도록 산업 간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의 성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물류, 인프라, 에너지, 소프트웨어, 지역서비스 산업으로의 확산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성장의 핵심은 특정 업종의 수익률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회복력이다.

 

둘째, 금융자산 형성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자산 형성은 더 이상 개인의 재테크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계층 이동과 노후 안정, 미래 대비의 조건이다. 장기·분산·저비용 투자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함께, 금융교육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정교하게 작동해야 한다. 청년과 서민층이 시장에 참여하더라도 무리한 추격매수나 고위험 상품에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물가 안정은 가장 중요한 민생정책으로 다뤄져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소득이 낮은 계층에 더 큰 타격을 준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와 교통, 식료품, 주거비 등 필수 생계비의 안정에 더 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거시지표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비 안정이야말로 정책의 최종 목표여야 한다.

 

넷째,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경제의 성과가 지역경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양극화는 더 깊어진다.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육성, 청년 일자리, 소상공인 지원, 생활 인프라 확충에 힘써야 한다.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에 그치지 말고, 지역경제의 체질 개선과 주민 삶의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정책 감시와 입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맺는말


코스피 7000 시대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 모두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성과는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의 상승이 국민경제의 침묵으로 끝나지 않도록, 지금은 숫자보다 구조를, 상승보다 확산을, 시장보다 민생을 더 깊이 보아야 할 때다.

 

진정한 선진국은 주가지수만 높은 나라가 아니다. 시장의 성과가 노동의 안정, 지역의 활력, 서민의 생활, 미래세대의 기회로 이어지는 나라다. 코스피의 새 역사가 국민의 새 희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본의 성공을 국민의 성공으로 바꾸는 정책적 상상력과 실행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박동명 박사는 법학박사로서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국민대학교 등 대학 강의, 지방의회 의정연수 강의 등을 통해 지방재정, 예산·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조례 입법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과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으로서 공공정책, 지방자치, 사회적 약자 보호, 인공지능 시대의 의정활동 혁신에 관한 칼럼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6.05.08 13:44 수정 2026.05.08 13:44

RSS피드 기사제공처 : 한국공공정책신문 / 등록기자: 김유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