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은 왜 생겼을까… 꽃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들”

                                                                                                                                                                           컬럼니스트 이헌숙




어버이날은 단순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하루로 시작되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전쟁과 가난을 지나며 잃어버리기 쉬웠던 ‘돌봄’과 ‘효’의 감각을 다시 공동체 안으로 불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었다.


한국의 어버이날은 1950년대 중반 ‘어머니날’에서 출발했다. 전쟁 직후 수많은 가족이 해체되고 부모를 잃거나 노인을 돌볼 여유조차 없던 시기였다. 당시 여성단체와 종교계 중심으로 “부모를 공경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고, 1956년 정부는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질문이 생겼다.


왜 어머니만 기념하는가.
가정을 지탱한 아버지의 역할도 함께 기억해야 하지 않는가.


결국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이름이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여기에는 단순한 명칭 변화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부모를 특정 역할로 나누기보다 “한 인간의 삶을 평생 감당해 온 존재 전체”로 바라보자는 흐름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카네이션 문화도 원래는 슬픔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안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모하며 흰 카네이션을 교회에 나눠준 것이 ‘어머니의 날’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살아 계신 부모에게는 붉은 카네이션을 달기 시작했고, 이것이 한국에도 들어왔다.

그런데 지금의 어버이날은 종종 이상한 풍경이 된다.


꽃 한 송이.
문자 한 통.
식당 예약.
의무처럼 찍는 사진.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나는 부모의 시간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는가.”
“부모는 지금 무엇이 가장 외로운가.”
“부모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이고 있는가.”


어버이날의 본질은 선물이 아니라 ‘시간의 역전’을 깨닫는 순간에 가깝다.


어릴 때는 부모가 내 손을 잡아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부모의 걸음을 맞추게 된다.
그 조용한 전환을 인정하는 날이 어버이날이다.


그래서 행동도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래 이야기 들어주기.
예전 이야기 다시 물어보기.
사진 한 장 같이 보기.
“건강 챙기세요” 말고 “요즘 무슨 생각하세요?”라고 묻기.


많은 부모는 물질보다 자신이 아직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 원한다.

결국 어버이날은 부모를 위한 날인 동시에 미래의 나를 바라보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가 부모에게 하는 태도는 언젠가 늙어갈 우리 사회의 얼굴이 된다.

작성 2026.05.08 10:26 수정 2026.05.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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