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를 따라 걷는 친환경 도시
어른이 더 깊이 읽게 되는 생태 그림책
친환경과 탄소중립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시대가 됐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도시 녹지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여전히 “친환경 도시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못한다.
《내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든다. 이 책은 잃어버린 고양이 네로를 찾는 어린 소녀 카미유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를 미래형 생태도시 ‘퍼머시티’로 안내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모험처럼 보이지만, 도시 곳곳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 공중정원, 도시농업, 순환경제, 메가스트럭처 건축 같은 미래 도시의 핵심 개념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어린이 독자보다 오히려 성인 독자에게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는 데 있다.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도시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파괴적인 구조인지, 그리고 인간 중심 개발이 자연과 공동체를 어떻게 밀어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은 미래를 두려움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선택하면 다른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그림책이 단순한 환경 교육서를 넘어서는 이유다.
퍼머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시 곳곳에는 식물이 자라고, 건물 옥상은 농장과 정원으로 활용된다. 비와 바람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와 생태 순환의 일부로 작동한다.
현대 도시들은 대부분 자동차 중심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높은 건물과 아스팔트는 열섬현상을 강화했고, 콘크리트 구조는 빗물을 흡수하지 못해 홍수 위험을 키웠다. 그러나 퍼머시티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바람길을 확보하고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건물을 설계하며, 주민들은 도시 안에서 직접 식량을 생산한다.
특히 도시농업에 대한 묘사는 인상적이다. 옥상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공동체가 식탁을 공유하는 모습은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다. 이미 유럽 여러 도시에서 실제로 시도 중인 친환경 도시 모델과 맞닿아 있다. 책은 이러한 개념을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성인 독자 입장에서는 이 장면들이 낭만적인 상상이 아니라 미래 생존 전략처럼 다가온다. 에너지 가격 폭등과 식량 위기가 반복되는 시대에 지역 생산과 자급 구조는 점점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 핵심 공간 중 하나인 ‘메가스트럭처’는 단순한 거대 건축물이 아니다. 주거와 농업, 에너지 생산, 이동 시스템이 하나로 결합된 미래형 도시 플랫폼이다.
현대 도시가 기능별로 분리돼 있다면 퍼머시티는 모든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이동거리를 줄이고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며 사람 간 교류를 늘리는 구조다. 이는 최근 세계 건축계에서 주목받는 ‘15분 도시’ 개념과도 닮아 있다.
특히 저자 올리비에 댕-벨몽이 친환경 건축 전문가라는 점은 책의 설득력을 높인다. 퍼머시티의 구조는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실제 친환경 건축 철학을 기반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그림작가 파흐리 마울라나는 투시기법을 활용해 도시 전체를 거대한 하나의 생태계처럼 표현했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도시를 직접 산책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그림책과 다른 몰입감을 만든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도시가 인간만의 공간으로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생동물과 식물, 바람과 물이 모두 도시의 구성원처럼 등장한다. 인간 중심 도시개발에 익숙한 성인 독자에게 이 장면은 강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책은 어린이용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와 순환경제 개념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담아낸다. 태양광과 풍력은 도시의 기본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폐기물은 다시 자원으로 순환된다.
이는 현재 세계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와 연결된다. 기존 산업 구조는 무한 소비와 폐기를 전제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런 방식이 지속될 수 없다. 책은 바로 그 문제를 아주 부드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설명한다.
특히 “버려지는 것이 없는 도시”라는 개념은 강렬하다. 음식물 쓰레기조차 에너지와 퇴비로 재활용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처럼 순환한다.
성인 독자들이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환경 문제를 죄책감이나 공포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친환경 도시가 불편하고 희생적인 공간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의 형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내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는 어린이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빌려 미래 도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고양이를 찾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는 기후위기, 도시문명, 에너지 전환, 생태 감수성이라는 거대한 주제가 촘촘히 숨어 있다.
특히 성인 독자에게 이 책은 하나의 질문처럼 읽힌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도시에서 살아가게 될 것인가. 그리고 지금의 도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삶을 물려줄 수 있을까.
퍼머시티는 완벽한 유토피아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상상하게 만든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대한 기술혁신보다도 ‘다른 삶을 상상하는 능력’인지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 상상력의 출발점이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