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다시 한 번 ‘불가능을 가능으로’라는 자신의 모토를 증명했다.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오스틴 기가 텍사스 인근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 xAI의 삼각 합작법인 ‘테라팹(Terafab)’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이름 그대로 ‘테라(tera) 규모의 팹(fab)’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반도체 공장이 아니다. 칩 설계부터 리소그래피, 웨이퍼 제조, 메모리 통합, 어드밴스드 패키징, 테스트까지 모든 공정을 한 지붕 아래 수직 통합하는 ‘올인원 팹’이다.
머스크는 브리핑에서 “전 세계 모든 반도체 공장을 합쳐도 우리 회사가 3~5년 후 필요로 하는 컴퓨팅 파워의 2~3%밖에 충족하지 못한다”며 “테라팹을 짓지 않으면 칩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직접 만든다”고 단언했다. 투자 규모는 초기 200억~250억 달러(약 28조~35조 원)로 추정되며, 1단계로 기가텍사스 북쪽 캠퍼스에 185만 평방피트(약 17만 2천㎡) 규모 연구개발 시설을 착공한다. 최종 목표는 연간 1테라와트(TW) 컴퓨팅 파워 생산. 이는 현재 엔비디아가 전 세계에 공급하는 AI 칩 총량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테라팹의 가장 큰 특징은 ‘이중 트랙’ 전략이다. 지상용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로보택시·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저전력·고효율 추론 칩(Edge Inference Chip)에 집중하고, 우주용은 스페이스X의 100만 기 위성 데이터센터와 xAI의 궤도 AI 클러스터를 위한 방사선 경화형 프로세서를 별도 생산한다. 머스크는 “두 팹은 물리적으로 분리되지만, 설계·생산 노하우는 실시간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이 발표는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기존 파운드리 업체들은 머스크의 수요 폭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머스크 본인도 “삼성과 TSMC에 최대한 빨리 확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들의 속도는 우리의 비전에 미치지 못한다”고 직설적으로 밝혔다. 결과적으로 테라팹은 반도체 공급망의 ‘머스크 독립 선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도체 업계 베테랑들은 “2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 단일 건물 내 완전 통합은 기술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전력 수요만 수십 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텍사스 전력망의 한계,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 초고순도 실리콘 공급망 구축 등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다. 게다가 2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자금은 테슬라 주주와 스페이스X 투자자들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번 테라팹은 머스크의 ‘통합 제국’ 전략의 결정판이다. 자동차·로켓·AI를 하나로 묶은 뒤, 이제는 그 기반이 되는 ‘뇌(칩)’까지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성공한다면 AI·로보틱스·우주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머스크 제국의 최대 약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현재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여전히 TSMC, 삼성, 마이크론 등 외부 공급처와의 거래를 유지하며 “테라팹이 가동될 때까지 최대한 협력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머스크는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강조했지만, 반도체 업계는 이미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테라팹의 첫 삽은 올해 하반기, 본격 양산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머스크가 또 한 번 ‘은하 문명’의 초석을 놓는 순간인지, 아니면 과욕의 상징이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