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적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다. 최근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시도가 증가하면서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사회적으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성공해야만 인정받는 삶’이 당연시되는 오늘, 실패는 여전히 회피해야 할 낙인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인물이 있다. 최근 『나는 슈퍼 리파운더로 살기로 했다』를 출간한 정민(58) 대표다. 그는 실패 이후 삶을 다시 설계하는 사람을 ‘슈퍼 리파운더(Super Refounder)’라 정의하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신용불량자에서 재기 멘토까지 극한의 시간을 버티다
정 대표의 이야기는 이론이 아니다. 그는 IMF 시기 창업한 인터넷 1.5세대다. 인터넷 활황기를 지나 버블이 꺼져갈 무렵 인터넷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고, 이후 신용불량자와 노숙 생활을 경험했다. 그때는 철학도, 계획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배달, 정수기 수리 등 하루 네 가지 일을 병행하며 8년 동안 5만 시간이 넘는 노동을 이어갔다. 그 결과 9억 원의 빚을 모두 갚아냈다. 이 경험이 바로 ‘슈퍼 리파운더’ 개념의 출발점이 됐다. 그래서 그는 ‘동적파(動的派)’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슈퍼 리파운더라니, 조금 생소하다.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실패와 역경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삶을 다시 세우기로 결심하는 이들이 있다. 슈퍼 리파운더다. 그들은 실패라는 본질보다 실패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대해 고민 한다. 예를 들어 자연에서 실패를 허락하지 않는 생명체는 없다. 부러지고 잘리고 사라져도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바닷가의 게는 집을 잃으면 새로운 껍질을 찾는다. 숲의 나무는 쓰러진 자리에서 뿌리를 옆으로 뻗는다. 실패 속 생존은 적응의 문제다. 슈퍼 리파운더도 같다. 한 번의 실패로 인생 끝나지 않는다. 상황에 맞게 실패에 적응해 좌절 속에서 자신을 탈바꿈시키면 된다. 실패는 꺾임이 아니라 재배치라는 메타포(metaphor·은유)를 가져와 인생전환(재기)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는 자연의 생명체를 예로 들며 설명을 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로 실패에 ‘적응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회복해야 할 상태’로만 본다.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면 좋은가.
실패를 하나의 상태로만 보면 사람은 그 자리에 일어 설 수 없다. 실패를 사건이 아니라 과정으로 봐야한다. 실패는 삶에서 제거해야 할 오점이 아니라, 삶의 구조가 바뀌는 지점이라 생각해야 한다.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 이후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슈퍼 리파운더’는 실패의 흔적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않는다. 실패를 안고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다시 설계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실패를 ‘회복해야 할 상태’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경계했다.
‘재기’나 ‘회복’이라는 표현 대신 ‘인생 전환’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재기나 회복이라는 말에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실패한 사람에게 원래 자리는 이미 무너져 돌아갈 곳이 없는 상태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복원이 아니라 전환이다. 실패를 통해 인생을 전환한 사람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난날을 곱 십 어 보지 않는다. 실패 이전의 자신을 회복하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실패 이후의 자신으로 새 판을 짠다. 삶의 방향, 속도,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이 인생 전환이기 때문이다.
즉, 실패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준과 방향으로 삶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를 말하고 있었다.
책에서 “실패한 사람은 동적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실패 이후 사람은 생각이 많아진다. 많아지다 못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책, 후회, 비교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몸이 멈춘 상태에서 그런 생각만 깊어지면 오히려 더 깊은 자기만의 굴속에 갇히기 쉽다. 실패한 사람일수록 움직여야 한다. 크든 작든, 돈이 되든 안 되든 몸을 쓰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움직임이 감각을 살리고, 감각이 다시 삶의 리듬을 만들어 주어 활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 리파운더는 결국 강한 사람들만 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오히려 그 반대다. ‘슈퍼 리파운더’는 특별히 강한 사람이 아니다. 끝까지 버텨내어 삶의 방식을 바꾼 사람이다. 포기하지 않는 습관, 책임지는 태도,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같은 아주 작은 선택들이 쌓인 결과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다. 다만 빠르게 바뀌지는 않는다. 대신 확실하게 바뀐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방식이 끝났을 뿐, 틀렸다는 증거는 아니다. 실패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은 이미 일상 속에 있다. 하루를 버텨내는 태도, 다시 움직이려는 의지, 그 모든 것이 슈퍼 리파운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슈퍼 리파운더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인가.
슈퍼 리파운더로 산다는 건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실패 이후에도 자기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삶을 말한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균형을 찾고, 그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지는 삶입니다. 그 삶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슈퍼 리파운더 다운 삶이다.
정민 대표가 제시한 ‘슈퍼 리파운더’라는 개념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 실패를 지워야 할 흔적으로 보는 사회에서, 정민 대표의 메시지는 분명한 전환을 요구한다. 실패를 ‘끝’이 아니라 ‘재설계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가 말하는 ‘슈퍼 리파운더’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시작하려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