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봄도 멀지 않으리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라는 시구(詩句)를 모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시구(詩句)는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영국의 유명한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셀리(Percy Bysshe Shelley)가 쓴 서풍에 부치는 노래(Ode to the West Wind)”라는 시의 맨 마지막 구절로서 지금까지도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유명한 구절(句節)이다.

 

<이미지:AI image. antnews제공>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봄을 몰고 오는 부드러운 서풍의 신() 제피로스(Zephyros)가 등장한다. 이렇게 서풍은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에 부는 온화한 산들바람으로서 매서운 북풍이나 무더운 남풍보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바람이다. 셸리는 이런 계절의 변화에 비유하여 사람들의 자유를 억누르는 폭군같은 겨울의 북풍에서 벗어나 구속 없는 자유로움을 누리는 봄의 춘풍을 노래했던 것이다. , 인생의 역경을 이겨내면 반드시 따뜻한 인생의 봄이 온다는 사실을 은유적(隱喩的)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겨울의 혹한을 이겨내야 꽃이 피는 현상을 춘화현상(Vernalization)”이라고 하는데 튤립, 백합, 철쭉, 진달래 같은 아름다운 봄꽃들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의 인생도 마치 춘화현상을 거쳐야 피는 봄꽃과 같이 인생의 혹한을 거친 뒤에야 눈부신 인생의 꽃이 피는 법이다. 그래서 누구도 나의 시련을 대신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시련은 위대한 힘이 있다.”고 읊은 시인도 있다. 실제로 고통 없이 세상을 빛낸 자, 고통 없이 세상에 우뚝 선 자는 어디에도 없다. 인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련과 고통을 이기고 인생의 꽃을 피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

 

옛날 중국의 주()나라 문왕은 은나라의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사서오경(四書五經)중 하나인 주역(周易)을 저술했고, 공자는 천하를 주유하다 마지막 진나라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춘추(春秋)라는 명저를 저술했고, 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이었던 굴원(屈原)은 초나라에서 추방되자 장편의 서정시 이소경(離騷經)을 지었고, 손자(孫子)는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고 나서 희대의 걸작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완성하였으며, 여불위(呂不韋)는 촉나라로 귀양을 갔다 와 학자(學者)들을 동원하여 사론서(史論書) 여람(呂覽)을 완성했고, 사마천은 궁형(宮刑)을 받고서도 자결하지 않고 위대한 역사서인 사기(史記)를 완성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유명한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Aleksandr Pushkin)에 얽힌 일화는 춘화현상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푸시킨은 어느 날 모스크바 광장에서 한겨울인데도 얇은 누더기를 걸치고 광장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발소리가 나면 한 푼 줍쇼, 얼어 죽겠습니다,” 하면서 구걸하는 눈먼 한 소녀 걸인을 발견했다. 당시 모스크바에는 그런 걸인들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에 그 소녀 걸인을 특별히 눈여겨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푸시킨은 한참 동안 그 소녀를 지켜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나 역시 가난한 형편이라 던져줄 돈은 없소이다. 그 대신 글을 몇 자를 적어 줄테니 그 글을 몸에 붙이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는 종이 한 장을 꺼내 한 줄의 글을 써 주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 후 푸시킨은 친구와 함께 다시 모스크바 광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 걸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손을 내밀어 푸시킨의 다리를 붙잡더니 나리, 목소리를 들으니 며칠 전 제게 글을 써준 분이군요. 신이 도와서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게 해주셨나 봅니다. 나리가 주신 그 종이를 붙였더니 그날부터 깡통에 많은 돈이 쌓였답니다.” 푸슈킨이 조용히 미소를 짓자 친구와 그 눈먼 소녀 걸인이 물었다. “도대체 그날 써준 글이 어떤 글입니까?”

 

푸시킨이 대답했다. “별거 아닙니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썼을 뿐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먼 그 소녀 걸인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처참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소녀이구나. 봄을 기다리는(재기하려는) 이런 소녀는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불어닥친 정치적 회오리바람이 한겨울의 북풍보다 더 춥고 매서울지라도 우리 모두 이 정치적 회오리바람을 춘화현상으로 생각하고 이겨내자. 그리하여 춘화현상을 겪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희망있는 민족, 미래가 약속되는 민족, 꿈에 벅차 있는 무서운 민족으로 거듭나자.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듯 정치적 겨울이 왔으니 정치적 봄도 멀지 않으리.

 

-손 영일 컬럼 



작성 2026.05.04 07:29 수정 2026.05.0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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