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디지털 인간’ 콘텐츠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고령층의 정서적 고립과 결합하며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과거 ‘짝퉁 진둥(靳东) 사건’ 이후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감정 착취 방식이 더욱 정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장시성에 거주하는 한 60대 여성은 최근 스마트폰 속 남성과 연애를 시작했다. 정장을 입고 부드러운 말투로 매일 대화를 건네는 이 남성은 실제 사람이 아닌 AI가 생성한 디지털 캐릭터였다. 가족들이 이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여성은 “진짜처럼 느껴진다”는 이유로 관계를 지속했다. 이후 해당 콘텐츠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사례는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의 일부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이미 수천만 명 규모의 고령층이 이와 유사한 콘텐츠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2023년 발생한 이른바 ‘짝퉁 진둥 사건’이 있다. 당시 범죄 조직은 유명 배우 진둥의 얼굴과 이름을 도용한 가짜 계정을 만들어 노년층 여성에게 접근했다. 감정적 관계를 형성한 뒤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이러한 사기 사건은 2023년에 특히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2022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1년간 피해액만 30만 위안(한화 약 6000만 원) 이상으로 확인된 피해자만 5명으로 모두 60대 이상 노인이었으며,범죄 조직은 8명에서 최대 9명 규모로, 수십 개의 가짜 계정을 운영하는 등 중국에서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AI 기술이 등장하면서 인간이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동일한 구조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AI 바총(霸总)에서 바총(霸总)이란 말은 바다오중차이(霸道总裁)란 말의 줄임말로 권력형 CEO라는 말이다. 주로 인공지능 기술로 생성된 가상의 남성 캐릭터를 AI 바총(霸总)이라 부르며, 주로 중국의 중장년 및 노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숏클립(짧은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바총(霸總)’이라는 말은 원래 ‘거만한 사장님’이라는 뜻으로, 권위적이고, 안하무인격이지만 연인에게만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로맨스 장르의 전형적인 남성 캐릭터를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AI 캐릭터들은 ‘젠궈(建国)’와 같은 이름으로 불리며, “누나, 당신이 겪은 고통은 내가 다 알아요”와 같은 감정적으로 호소력 있는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과 교감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의 ‘AI 총각’ 또는 ‘AI 바총’ 콘텐츠는 AI 기술로 생산되는 방식으로 자동화된 형태다. 운영자는 AI 도구를 활용해 5분 내외로 영상 하나를 제작할 수 있으며, 비용은 5~10위안 수준에 불과하다. 한 명이 수십에서 수백 개 계정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콘텐츠 템플릿이다.
이러한 구조는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며, 동시에 수익 모델도 체계화되어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플랫폼 광고 수익이다. 조회수와 체류 시간을 기반으로 일정 수익이 발생한다. 두 번째 단계는 상품 판매다. 신뢰를 형성한 뒤 계정에 상품 링크를 연결해 고가 판매를 유도한다. 세 번째 단계는 사적 채널로의 유도다. 팬 그룹, 멤버십, 개인 계정으로 이동시켜 직접적인 금전 거래로 이어진다.
이러한 산업 구조가 가능해진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사회의 고령화와 가족 구조 변화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자녀와 떨어져 사는 ‘빈 둥지 노인’은 약 1억 8천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가 정서적 교류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조사 결과 노인의 약 23% 이상이 지속적인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독거 노인의 경우 하루 평균 의미 있는 대화 시간이 15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감정 공백은 AI 콘텐츠가 파고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상당수가 감정형 콘텐츠 시청 이후 의존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독거 노인의 경우 하루 2시간 이상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플랫폼 알고리즘 역시 이 현상을 강화한다. 알고리즘은 콘텐츠의 진위 여부가 아닌 이용자의 반응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시청 시간이 길고, 댓글과 좋아요가 많을수록 해당 콘텐츠는 더 넓게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콘텐츠가 반복 추천되며 일종의 정보 편식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 일부 AI 콘텐츠는 팔로워 대비 40% 이상의 높은 반응률을 기록하며 플랫폼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알고리즘이 해당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를 만든다.

중국 정부는 2025년 AI 생성 콘텐츠 표시 의무화를 시행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콘텐츠에 ‘AI 생성’ 표시가 있더라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뢰를 유지하는 사용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계정 차단 조치 역시 신규 계정 생성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플랫폼의 구조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규제 책임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AI 콘텐츠가 높은 트래픽과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약화에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간 AI 감정 콘텐츠에 의존할 경우 현실 인간관계 회피, 감정 의존 심화, 가족 관계 약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해결책은 단순한 규제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규위반에 따르는 비용을 높이고 기술적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령층의 현실 속 관계 회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족과의 정기적인 소통이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조사에 따르면 성인 자녀의 60% 이상이 부모와 주 1회 이상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하루 15분 이상의 정서적 교류가 고령층의 정신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한다.
AI 기술은 인간의 감정을 모방할 수 있지만, 실제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간 관계의 공백이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중국 언론의 보도에 의하여 현재 중국에서 실제로 진행 중인 대규모 사회 현상이자 구조적 문제로 확인되고 있다. 고령층의 정서적 고립,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 그리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결합하면서 감정 착취 산업이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AI 산업이 발전할 수록 빈틈을 찾아내고 파고들어오는 이러한 교묘한 수법들이 날로 증가할 것이다.
한국 역시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현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5월 8일이 어버이날로 지정되어 있다. 이날만큼은 부모를 직접 찾아뵙고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단순하지만 직접적인 만남이야말로 점점 정교해지는 AI 기반 감정 범죄로부터 부모 세대를 보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어버이날 하루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부모와의 대면 소통과 정서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하루 15분의 진심 어린 대화는 단순한 정서 교류를 넘어 외로움과 고립을 완화하고, 외부의 감정 착취 시도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결국 기술이 아닌 관계의 문제다. AI는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낼 수 있지만, 가족 간의 실제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이 현상은, 고령 사회로 진입한 모든 국가에 던지는 경고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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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