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의 사랑

내가 그를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

새 (이미지 freepik)




방금 곤줄박이를 떠나보낸 나무는

빈 그네처럼 흔들렸다.

 

그를 떠받치려 안간힘을 쓸 때는 바람에도 끄덕없었는데

그가 떠나고 온몸이 가벼워지자

나무는 속절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를 붙잡아준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붙잡아주었다는 걸 나무는 흔들리면서 알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가슴 벅찬 착각은 곤줄박이의 날갯짓보다 가볍다.

 

졸시 <곤줄박이의 사랑>

 

 

바람도 없는 화사한 아침에 나뭇가지가 빈 그네처럼 흔들립니다.

앉아있던 새가 떠나면서 생기는 물리적 반작용일 테지만, 제 눈에는 나무와 새의 애틋한 관계에서 생긴 떨림으로 보입니다.

나무가 새를 사랑했는지, 새가 나무를 사랑했는지는 모릅니다.

어쩌면 둘 다 착각하고 있는지도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사랑한 것이구나!’

 

결혼이라는 관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다 보면 이런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니라 그이가 나를 사랑했구나!’

 

사랑은 아직도 모를 일입니다.

받아놓고도 모르고, 준 것이 없는데도 주었다고 여전히 착각하니 말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사랑과 배우자의 마음을 알았으니 낙제점은 면했을까요?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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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종 칼럼니스트 기자 yc1401@naver.com
작성 2026.05.04 07:10 수정 2026.05.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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