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의 결단

트럼프의 압박이 끌어낸 '7개국 공조'의 실체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LNG)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에너지의 혈관', 호르무즈 해협이 거대한 화약고로 변했다.

 

SNS 'X' 캡처

20262월 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은 이란의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대응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글로벌 공급망의 마비를 초래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을 향해 군함 파견이라는 노골적인 '충성심 테스트'를 요구하며 국제 사회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초기 냉담했던 반응을 뚫고 최근 발표된 주요 7개국의 공동 성명은 과연 멈춰 선 유조선들을 다시 움직이게 할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명확하고 단호하다. 과거처럼 미국 혼자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바닷길을 지키는 시대는 끝났음을 선언하며, 한국과 일본, 중국을 포함한 수혜국들이 직접 군사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NATO 동맹국들을 향해 "일방통행은 없다"며 던진 압박은 동맹의 존립 근거를 군사적 기여도와 직결시키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적 외교 방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초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이 "이란 전쟁 개입 불가"를 선언하며 강력히 반발했던 이유는 자칫 이란과의 전면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하지만 319,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이 발표한 공동 성명은 이러한 교착 상태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이들은 이란의 상선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며 '항행의 자유'라는 국제법적 원칙을 재확인했고,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비축유 방출과 증산 협력에 뜻을 모았다.

 

비록 직접적인 군함 파견이라는 군사적 확답은 피했으나, '적절한 노력에 기여할 준비가 되었다'는 표현을 통해 미국과의 정치적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의 거친 압박이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즉각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이란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해협 개방을 위한 국제적 명분을 쌓는 데는 성공했음을 시사한다.

 

이제 공은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 특히 우리 한국으로 넘어왔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호르무즈의 봉쇄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직접적인 전투병력 파견은 정치적 부담이 크겠으나, 인도양에서의 급유 지원이나 정보 공유 등 비군사적·간접적 기여를 통해 동맹의 의무와 실익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할 시점이다.

 

7개국의 공동 성명이 군사적 해결보다는 정치·경제적 압박의 서막을 알린 만큼, 국제 사회의 움직임은 '전쟁 이후'의 질서 재편까지 겨냥하고 있다.


 

작성 2026.05.02 09:22 수정 2026.05.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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