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특정 지역 이전 법안을 두고 교육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을 포함한 12인의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인 수혜자인 학생과 교수진은 "예술 교육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폭거"라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한예종 측은 예술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현장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최고 수준의 공연·전시 인프라와 강사진은 한예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 온 핵심 동력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물리적 이전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을 급격히 저하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예종 제30대 총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법안이 학생들의 의사를 완전히 배제한 채 추진되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성공한 서울 모델을 떼어낸다고 해서 지방의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중하고 우수한 인재 유입을 막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학생들은 정부의 지역 균형 정책에 협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자체를 정치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한예종의 오랜 숙원 사업인 '석·박사 학위 과정 설치(한예종 설치법)'를 학교 이전 문제와 연계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학제 개편은 글로벌 표준에 맞춘 교육 내실화 과정인 반면, 학교 이전은 전혀 다른 성격의 행정적 사안이다. 이를 하나의 안건으로 묶어 논의하는 것은 예술 교육 발전이라는 본질을 희석하고, 학교의 미래를 정략적 논리에 종속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시민사회와 예술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무 부처와의 실무적 협의나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 없이 강행되는 법안은 향후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한예종은 아시아 1위 예술 대학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모든 구성원의 중지를 모아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술계는 정치권이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존중하고, 일방적인 추진 대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예종 이전 문제는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예술 교육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정치적 선전 도구로 예술 교육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멈춰야 하며, 학교의 자율성과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발전 방안이 우선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