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고요한 진동으로 중화하는 것
[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지 강남구 삼성동, 빌딩 숲 사이로 낮은 저음의 울림이 퍼져 나온다. 사라스와띠 치유문화센터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수십 개의 금속 그릇, 즉 ‘싱잉볼(Singing Bowl)’이다. 이곳의 수장인 김사라스와띠 대표는 소리를 통해 인간의 심연을 치유하는 ‘소리 치유의 전령사’로 불린다. 소음이 일상이 된 도시에서 그녀가 제안하는 ‘진동의 철학’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히말라야의 전통, 한국의 도심에 뿌리 내리다
김사라스와띠 대표는 네팔의 전설적인 싱잉볼 마스터 ‘산타 라트나 샤키야(Santa Ratna Shakya)’의 제자로,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치유 기법을 전수받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싱잉볼에 매료된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이 가진 ‘정직한 진동’ 때문이다.
“싱잉볼은 7가지 금속(금, 은, 동, 철, 주석, 납, 수은)을 합금해 두드려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음(Overtones)은 우리 몸의 수분과 공명하여 무너진 생체 리듬을 복구한다. 나는 이 도구가 현대인의 굳어버린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열쇠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이를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과 결합한 ‘큐어힐링’ 시스템으로 발전시켰고 사라스와띠 치유문화센터는 바로 그 결정체다.
◆과학과 영성의 접점
기존의 명상이 ‘생각을 비우는 것’에 집중했다면, 김 대표가 강조하는 싱잉볼 테라피는 ‘듣는 것’에서 시작해 ‘느끼는 것’으로 완성된다.
“우리의 뇌파는 일상에서 높은 베타(Beta)파 상태를 유지하며 긴장해 있다. 하지만 싱잉볼의 낮은 진동을 접하면 뇌파는 순식간에 알파(Alpha)파나 세타(Theta)파로 떨어지며 깊은 이완 상태인 ‘명상적 수면’으로 진입한다”
실제로 그녀의 센터를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CEO부터, 번아웃을 겪는 직장인, 그리고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환자들까지. 김 대표는 이들에게 소리를 ‘처방’한다. 몸 위에 싱잉볼을 올려놓고 직접 진동을 전달하는 ‘다이렉트 힐링’은 신체적 통증 완화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통합예술치료로의 확장, 마음의 지도를 그리다
“소리는 감각의 시작일 뿐 소리를 통해 이완된 마음은 미술, 동작, 대화라는 매체를 통해 밖으로 표출되어야 비로소 완전한 치유가 일어난다”
김 대표는 싱잉볼의 깊은 공명은 뇌파를 안정시키고 심리적 방어기제를 허물어뜨리는 ‘문(Gate)’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굳게 닫혔던 무의식의 문이 열렸을 때, 그 안에 고여 있던 비정형의 감정들을 미술적 작업이나 신체의 움직임, 그리고 정교한 대화로 끄집어내야만 비로소 ‘정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지도’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싱잉볼 테라피 도중 떠오른 막연한 슬픔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색채로 표현하거나, 그 슬픔이 몸의 어느 부위에서 느껴지는지 동작으로 형상화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추상적인 고통이 구체적인 예술 작품으로 변환되는 순간, 내담자는 고통의 지배를 받는 존재에서 고통을 조절하는 주체로 변화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사라스와띠 치유문화센터가 단순한 명상 센터를 넘어 ‘치유 예술의 산실’로 불리는 이유다.
◆현대의학의 경계를 허무는 ‘진동 의학’
김사라스와띠 대표가 추구하는 치유의 여정은 이제 신비주의의 영역을 넘어 현대의학과의 접목을 통한 과학적 입증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싱잉볼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배음은 단순한 소리를 넘어 뇌파를 알파파와 세타파 상태로 빠르게 유도하는 ‘뇌파 동조화’를 일으키며, 이는 과활성화된 교감신경을 잠재우고 신체의 자기 치유 기전인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체의 7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김 대표는 싱잉볼의 미세한 진동이 세포 단위까지 전달되어 만성 통증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점을 임상적 통찰과 결합해 제시한다.
“현대의학이 질병이라는 현상을 정밀하게 제거한다면 싱잉볼 테라피는 그 질병이 뿌리내린 ‘몸과 마음의 토양’ 자체를 정화하고 재배열하는 과정”이라는 그녀의 설명은 싱잉볼이 차가운 메스와 첨단 기기로 대변되는 현대의학의 빈틈을 따뜻한 공명으로 채우는 보완적 파트너로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라스와띠, 지혜의 이름을 걸고 나아가다
그녀의 활동명인 ‘사라스와띠’는 인도의 지혜와 예술의 여신 이름에서 따왔다. 이름에 걸맞게 김 대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나누는 삶을 실천한다. 매년 네팔 현지를 방문하여 최고 품질의 싱잉볼을 직접 선별해 국내에 보급하는 것은 물론,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에 환원하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치유는 특별한 사람만 누리는 사치가 아니다.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스며들어야 한다. 나는 사라스와띠 치유문화센터가 도심 속의 작은 오아시스, 혹은 지친 영혼이 잠시 정박할 수 있는 항구가 되길 바란다”
◆소리의 여운이 남긴 것
인터뷰를 마치며 김 대표가 시연한 싱잉볼의 소리를 직접 들었다. 처음에는 웅장한 울림이 고막을 두드렸고, 이내 그 진동은 가슴 밑바닥까지 내려가 고요히 가라앉았다. 소리가 멈춘 뒤에도 찾아오는 긴 여운, 그것은 김사라스와띠 대표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평온의 메시지’였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면, 이번 주말엔 삼성동의 작은 골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엔 당신의 흐트러진 주파수를 맞춰줄 고요한 울림이 기다리고 있다.
◆달빛그릇: 싱잉볼로 엮어낸 생명의 파동
김대표는 ‘공명’, ‘하늘소리’ 등 싱잉볼 콘서트를 매년 2~3회 꾸준히 선보이며 관객과 만나왔다. 올해 역시 오는 7월 18일, 강남의 한 공연장에서 ‘달빛그릇’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소리 공연만이 아닌 싱잉볼의 울림에 춤과 삶의 이야기를 더한 복합 퍼포먼스로 구성된다. 땅·물·불·바람, 즉 지수화풍의 흐름을 각각의 움직임과 서사로 풀어내고, 이를 다시 싱잉볼의 깊은 공명으로 하나로 엮어낸다.
서로 다른 감각의 표현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은, 우리 삶이 보이지 않는 진동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다 입체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소리와 몸짓의 향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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