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개최를 앞둔 ‘2026 여수 세계 섬박람회’가 준비 부실과 인프라 미비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샀던 ‘새만금 잼버리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전라남도가 야심 차게 기획한 홍보 콘텐츠가 오히려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내는 촉매제가 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홍보비 8,000만 원의 역설 고발장으로 변한 '충주맨'의 영상
지난 4월 초, 전라남도가 8,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섭외한 유명 유튜버 김선태(일명 충주맨)의 홍보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당초 전남도는 161만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영향력을 빌려 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알리려 했으나, 영상에 담긴 현장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주 행사장인 여수 돌산읍 진모지구는 국제 행사를 치를 장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한 상태였다. 개막이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상설 전시관이나 기반 시설은커녕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판에 불과했다. 김 씨는 영상 내내 “여길 왜 데려온 것이냐”며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박람회 준비가 사실상 멈춰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해당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350만 회를 돌파하며 여론을 들끓게 했다.
1,611억 예산의 행방 묘연, 인프라 구축 실패와 위생 문제
이번 박람회에 투입된 총예산은 1,611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부 행사장인 금오도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관광객을 맞이할 선착장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방문객이 바위를 밟고 상륙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섬 주변 해안가는 수년째 방치된 폐어구와 폐선박 등 해양 쓰레기가 널려 있어 ‘섬의 가치와 보존’이라는 박람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특히 마스코트 ‘다섬이’에 대한 냉담한 반응과 “브랜드 이미지를 붙이기 싫다”는 홍보 대사의 발언은 준비 과정의 총체적 난국을 상징한다. 대다수의 국민은 1,6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이 행사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는 행정 당국의 홍보 전략 부재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잼버리 악몽’ 재현 우려에 정부 긴급 등판
상황이 악화되자 중앙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중앙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점검을 지시했으며, 김민석 국무총리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조직위원회의 보고를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주차 공간 확보 및 셔틀버스 운행 등 교통 대책 마련에 착수했고, 전라남도는 영상 공개 직후에야 1,100여 톤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소탕 작전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뒷북 행정’이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의 자정 능력 상실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언론과 지역 사회의 끊임없는 경고를 묵살하던 당국이 유튜버의 영상 하나에 여론이 폭발하자 비로소 움직이는 수동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2023년 새만금 잼버리 당시 지적되었던 부실한 인프라와 경고 무시 행태가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적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 쇄신 필요
2026 여수 세계 섬박람회는 이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의 행정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다. 남은 5개월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여수는 국제적 고립은 물론 막대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조직위는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