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확산 시대, 국제적 규범의 갈증
2026년 4월 현재, 인공지능(AI)은 그야말로 우리 일상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생성형 AI, 의료 진단 알고리즘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는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윤리적, 기술적, 법적 과제가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적 AI 거버넌스의 부재는 점점 더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자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2026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 'AI 시대를 항해하기: 지금 당장 글로벌 거버넌스 조약이 필요한 이유'에서, AI 기술이 국제 안보, 윤리 문제, 지정학적 불안정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며,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설립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로빈슨의 주장은 핵심적으로 AI 거버넌스가 단순히 특정 국가나 기술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공공 복지와 민주적 가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AI 개발 및 배포에 있어 '무관심한 방관(benign neglect)'은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핵무기 비확산 조약이나 기후 변화 협약과 같은 다자주의적 협력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20세기 중반 핵무기 확산이 인류 생존을 위협했을 때 국제사회가 비확산 조약을 통해 위기를 관리했던 것처럼, AI 기술 역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책임 있는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통합 방안을 모색하자는 뜻입니다.
특히 로빈슨은 AI가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기업의 독점적 지배를 강화하며,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녀는 기술 발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류 전체의 복지를 우선시하는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글로벌 리더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로빈슨의 이러한 주장은 단순한 윤리적 담론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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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AI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자동화 오작동, 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불투명성과 같은 문제들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AI가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막대했지만, 동시에 AI 기반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사고와 논란도 잇따랐습니다.
채용 과정에서의 알고리즘 편향, 안면 인식 기술의 오인식, 자율주행차 사고 등은 기술적 진보가 반드시 사회적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빈슨의 경고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국제적 관점에서 AI 거버넌스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세력은 미국,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EU)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AI 연구와 투자의 최대 강국으로, 기술 경쟁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특히 방대한 데이터와 자본을 바탕으로 AI 알고리즘을 발전시켜 왔지만, 치열한 경쟁은 협력보다는 무기화 경향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민간 기업 주도의 AI 개발을 장려하면서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해 왔으며, 중국은 국가 주도의 AI 발전 전략을 통해 사회 관리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양국의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AI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협력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연합은 윤리적 AI 실현을 목표로 한 규제와 법률을 선도하며 AI 거버넌스에서 신뢰 구축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AI 관련 법안들은 안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인간 중심적 AI를 강조하며 기술의 책임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통해 이미 데이터 거버넌스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한 바 있으며, AI 분야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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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술 발전과 인권 보호, 경제 성장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제3의 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분석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논의 구도에서 한국의 목소리는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IT 인프라 강국으로 평가받으며 AI 개발과 적용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뤄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에 있어서는 아직 주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는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할 국제 표준 규범 작성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정부가 소외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한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AI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디지털 전환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은 국제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는 한국 시장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AI 기술 도입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으며, 교육,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공장, AI 기반 고객 서비스, 맞춤형 교육 플랫폼 등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AI의 이면에는 많은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채용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지원자의 자격이나 역량 측정에서 알 수 없는 편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일부 사례에서는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알고리즘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계에 의한 차별'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며, 사회적 신뢰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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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AI 윤리 기준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AI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각적인 검토와 이행 방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은 AI 거버넌스가 단순히 기술 문제를 넘어 시민 사회와 기업 모두가 참여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신뢰와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 있어 시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초연결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규제 기구와 법적 토대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AI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 가전과 자율주행차 기술에 AI를 접목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LG전자는 AI 기반 홈 IoT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이버는 클라우드 AI 플랫폼 확대를 통해 기업용 AI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선도해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영역에서는 AI를 활용한 의료 진단 소프트웨어, 교육용 학습 도우미, 금융 데이터 분석 도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은 한국이 AI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윤리적 기준과 규제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들에게도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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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유럽연합과 같은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강화되면, 이를 만족하지 못한 기술은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유럽 시장은 한국 IT 기업들에게 중요한 수출 시장이므로, 유럽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AI 윤리적 문제로 비판받는 사례가 나타난 만큼, 이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신뢰 문제와 시장 불이익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몇 년간 유럽과 미국에서는 AI 기술의 투명성과 설명가능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윤리적 요구를 넘어 법적 의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자주의적 접근과 향후 전망
AI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의는 단기적 규제 완화와 장기적 책임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메리 로빈슨의 주장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AI가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 가치를 보호하며 책임감 있게 활용되려면 국가 간 활발한 논의와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로빈슨은 특히 기업의 독점적 지배를 견제하고, 공공 이익 증진을 위한 국제 표준 및 규범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는 AI 기술이 소수 거대 기업의 이익이 아닌, 인류 전체의 복지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입니다. 핵무기 비확산 조약이 냉전 시대에 핵전쟁의 위협을 줄이는 데 기여했듯이, AI 거버넌스 조약은 AI 기술의 무분별한 확산과 오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역시 국제 무대에서 디지털 자산 및 데이터 활용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며 표준화를 주도해야 합니다. 한국은 빠른 인터넷 보급률,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 그리고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 경험을 바탕으로 AI 거버넌스 논의에 독특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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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 행정 경험은 AI를 공공 서비스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중견 국가로서 강대국 간의 기술 경쟁을 중재하고, 개발도상국의 AI 접근성을 높이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 분야에서도 '한국형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모색해야 합니다. AI 기술의 발전은 속도 면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릅니다.
매년 새로운 알고리즘과 응용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기술의 한계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누구의 편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결정할 몫입니다. 메리 로빈슨이 강조했듯이, 기술적 진보가 자동적으로 사회적 진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기술 혁신이 초기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약속했지만, 적절한 규제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없이 사용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대한민국은 AI 시대를 맞아 단순히 기술적 발전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의 모델을 제시하며 국제 논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민주주의, 기술 혁신, 그리고 사회적 연대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독특한 자산입니다. 미래는 기술의 발전 뿐만 아니라 그 발전을 조율하고 통제하며 궁극적으로 인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때 더 큰 진보와 번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로빈슨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글로벌 협력을 통해 책임 있는 AI 시대를 여는 것이 우리 세대의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