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배우는 관계: 18개월 입양 영아와 토틀러 PCIT의 심리학

울음은 언어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메시지다

애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경험’이다

‘사랑’은 충분하지 않다, 반복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놀이심리발달신문] 말보다 먼저 배우는 관계: 18개월 입양 영아와 토틀러 PCIT의 심리학 박혜진 기자

울음은 언어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메시지다

 

“왜 이렇게 계속 우는 걸까?” 입양 후 18개월 아이를 마주한 부모가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말은 아직 서툴고, 표정은 낯설고, 반응은 예측되지 않는다. 아이는 안기기를 거부하다가도 갑자기 집착적으로 매달리고, 사소한 변화에도 극단적으로 울음을 터뜨린다. 많은 부모는 이 순간을 ‘적응의 과정’이라 해석하려 하지만, 그 해석은 종종 너무 느슨하다.

 

18개월이라는 시기는 단순한 발달 단계가 아니라, 관계를 배우는 시기다. 특히 입양이라는 환경 변화를 경험한 영아에게 이 시기는 ‘세상이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초의 답을 형성하는 시점이다. 문제는 이 질문이 언어가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된다는 데 있다. 울음, 회피, 과도한 집착, 공격성. 이 모든 것은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니라,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이다.

 

부모는 종종 이 행동을 ‘고쳐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수정이 아니라 해석이다. 아이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직 번역되지 않은 신호다. 그리고 이 신호를 읽어내는 방식이 바로 이후 관계의 방향을 결정한다. 토틀러 PCIT(Parent-Child Interaction Therapy)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언어를 다시 배우는 것. 말보다 먼저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애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경험’이다

 

많은 사람이 애착을 본능으로 이해한다. 부모는 사랑하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사랑에 반응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입양 영아의 경우 이 공식은 쉽게 무너진다. 18개월 이전의 경험은 생각보다 깊게 남는다. 양육자가 바뀌는 경험, 일관되지 않은 돌봄, 감정 반응의 불일치. 이런 경험은 아이에게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남긴다. 이때 형성되는 것은 안정 애착이 아니라 ‘경계’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오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안기기를 거부하는 행동은 독립성이 아니라 불신일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하게 매달리는 행동은 애착이 아니라 불안의 표현일 수 있다. 토틀러 PCIT는 이 오해를 교정하는 접근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보다, 관계의 경험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일관된 반응을 제공하고, 아이의 신호를 정확하게 반영하며, 긍정적 상호작용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감정만으로는 관계가 안정되지 않는다. 언제 반응하고, 어떻게 반응하며, 무엇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사랑을 훈련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작업이다.

 


전문가들은 왜 ‘놀이’를 치료로 사용하는가

 

토틀러 PCIT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치료실이 아니라 ‘놀이 공간’이라는 점이다. 장난감이 놓인 공간에서 부모와 아이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놀이지만, 그 안에는 매우 정교한 개입이 설계되어 있다. 놀이 중 부모는 특정 행동을 의도적으로 수행한다. 아이의 행동을 묘사하고, 긍정적 행동을 즉각적으로 강화하며, 비판이나 지시를 최소화한다. 이 방식은 단순히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뇌가 관계를 다시 학습하도록 돕는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아이의 정서 조절 능력과 애착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왔다. 특히 입양 영아의 경우, 부모의 일관된 반응과 긍정적 피드백은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고, 관계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부모의 변화다. 많은 경우 문제의 초점은 아이에게 맞춰지지만,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은 부모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해석하는 방식이 바뀌면, 반응이 바뀌고, 결국 관계 전체가 달라진다. 토틀러 PCIT는 이 구조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아이를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계를 재학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다.

 


‘사랑’은 충분하지 않다, 반복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사랑해주면 괜찮아질 거야.” 입양을 준비하는 많은 부모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말도 아니다. 사랑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은 반복되는 경험이다. 아이는 말로 이해하지 않는다. 수십 번, 수백 번의 동일한 반응을 통해서만 ‘이 사람은 안전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토틀러 PCIT는 바로 이 반복을 구조화한다. 매일의 상호작용을 우연에 맡기지 않고, 의도적으로 설계한다. 부모는 아이의 작은 긍정 행동을 놓치지 않고 강화하고, 부정 행동에는 과잉 반응하지 않으며, 관계의 기본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이 과정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반복된다. 그러나 바로 그 반복이 아이의 내면에 안정성을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는 울음 대신 시선을 보내고, 회피 대신 다가온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분명하다. 관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관계는 감정이 아니라 ‘경험의 총합’이다

 

18개월 입양 영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측 가능성은 부모의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상호작용에서 만들어진다. 토틀러 PCIT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아이를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은 아이에게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많은 부모는 잠시 멈춘다. 그러나 바로 그 멈춤이 변화의 시작이다. 입양은 시작이다. 관계는 그 이후에 만들어진다. 지금,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 하기보다 그 행동이 말하고 있는 신호를 한 번 더 읽어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토틀러 PCIT와 같은 구조화된 접근을 경험해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지역 아동발달센터, 또는 발달심리 전문기관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관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다.


 

작성 2026.04.26 14:23 수정 2026.04.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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