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기자는 왜 존재하는가①

“정보는 넘치는데, 왜 기자는 필요할까”

발행인 김범일에게 듣는 ‘기자의 출발선’

 

[기획 취지] 기자의 문장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사회의 기준이 됩니다. 본지는 신입 기자와 예비 언론인을 위해, '기록의 본질'을 탐구하는 특집 인터뷰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6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온 김범일 발행인과의 대담을 통해 ‘왜 쓰는가’라는 출발점부터 기사의 본질을 단계적로 탐색합니다.

 

정보는 이미 넘친다. 사건은 SNS에서 먼저 확산되고, 영상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누구나 말하고, 누구나 기록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독자는 여전히 언론을 찾는다. 질문은 단순하다. 이 시대에 기자는 왜 필요한가.

 

경기 수원의 한 카페.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발행인 김범일과 마주 앉았다. 대화는 부드럽게 시작됐지만, 기자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 앞에서는 답이 분명해졌다. 그는 문장의 기술보다 '존재의 이유'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문은 정보를 더하는 곳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곳이다

 

Q. 요즘은 뉴스보다 SNS가 더 빠릅니다. 이런 시대에도 신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보는 이미 충분합니다.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기준입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죠. 신문은 바로 그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합니다.”

 

김범일 발행인은 신문의 기능을 ‘속도’가 아니라 ‘해석’으로 설명했다. 

 

“같은 사건이라도 누군가는 단편적으로 전달하고, 누군가는 자극적으로 소비합니다. 하지만 신문은 그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까지 설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알리는 것을 넘어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언론의 역할입니다.”

 

→ 신문은 정보를 늘리는 매체가 아니라, 흩어진 정보를 ‘이해 가능한 기준’으로 묶는 장치다.

 

 

■ 기자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이다

 

Q. 그렇다면 기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까.

 

“기자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전에,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짧은 답이었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기자는 개인의 의견을 배설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적 위치에서 사실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파장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그 책임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글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 기자는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적 책임을 전제로 말하는 사람이다.

 

 

■ 잘 쓰는 것보다, ‘왜 쓰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Q. 신입 기자들은 ‘잘 쓰는 법’을 먼저 배우고 싶어 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김 발행인은 고개를 저었다. 

 

“기자는 잘 쓰는 사람이 되기 전에, 왜 쓰는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는 글쓰기 교육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을 짚었다. “문장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질문이 먼저입니다. ‘이 글은 왜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잘 써도 방향을 잃습니다.”

 

→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글을 쓰기 전에, 글의 이유가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

 

 

■ 기자의 글은 기록이 아니라 ‘영향’이다

 

Q. 기자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는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라, 영향을 남기는 사람입니다.” 

김 발행인의 말은 간결했지만 무게가 있었다. 

 

“기사 한 줄이 누군가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의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회에 작용하는 행위입니다. 그걸 인식하는 순간부터 글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빠르게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볍지 않게 쓰는 것입니다.”

 

→ 이 지점에서 기자의 기본 태도가 결정된다. 속도가 아니라, 무게를 견디는 글쓰기다.

 

 

■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는 기술을 설명하지 않았다. 문장 구조를 말하지도 않았다. 대신 단 하나의 기준으로 수렴됐다. 

 

기자는 무엇을 쓰느냐 이전에, 왜 쓰느냐를 아는 사람이다. 

 

정보는 누구나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보의 의미를 설명하고, 독자가 혼란 속에서도 기준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 지점에서 기자는 시작된다.

 


[다음 회 예고]


② 무엇을 기사로 쓸 것인가 — 뉴스 가치와 선택의 기준

 

(본 인터뷰는 총 5회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작성 2026.04.24 04:55 수정 2026.05.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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