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사라지는 학문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힘
새 학기를 맞이해 대학 캠퍼스를 거니는 학생들에게 "왜 이 전공을 선택했나요?"라고 물어본다면, 많은 답변들 중에 이런 말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인문학이 전망이 없잖아요." 이런 반응은 단순히 학생 개인의 판단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인식의 반영일 것입니다. 대학이 여러 사회적 압력 속에서 현실적이고 직결되는 영역의 학문에 무게를 더 싣는 동안, 금세 적용될 능력보다 길게 이어질 역량을 기르는 인문학의 영역은 점차 좁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대학에서 인문학 학과 통폐합이나 폐쇄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등록금 수입 감소라는 경영상의 문제를 넘어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도 인문학은 '비인기 학문'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러 조사에서도 '가장 후회하는 전공'과 '가장 쓸모없는 전공' 목록에서 인문학 계열이 자주 등장한다고 합니다. 반면, 과학, 기술, 공학, 수학으로 대표되는 STEM 분야는 일자리 보장성과 높은 연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학문으로 각광받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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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TEM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오히려 인문학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이 이야기는 단지 낭만적 향수를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실질적인 인문적 역량을 논하는 자리입니다.
첫 번째로, 인문학은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데 그 어떤 학문보다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오늘날 AI는 대량의 정보를 몇 초 만에 분석하고, 복잡한 문제를 모델링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결과를 사용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입니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비판적 사고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단지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능력은 정보의 본질, 논리적 타당성, 그리고 윤리적 측면까지도 고민할 줄 아는 폭넓은 시각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단순히 텍스트 분석을 넘어, 미래 사회에서도 AI와 공존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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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비판적 사고 능력이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시민으로서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합니다. 흥미롭게도 이는 STEM 분야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량으로, 모든 직업과 산업에서 필수적인 능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또한 "애플의 DNA에는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되어 우리의 마음을 노래하게 만든다"고 언급하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잡스의 철학은 애플의 모든 제품에서 체화되면서 현대 기술이 단순히 도구를 넘어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혁신이었습니다. 이는 인문학적 사고가 첨단 기술 산업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두 번째로, 인문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의사소통의 기술'을 함양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입니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글로벌화되고 복잡한 관계망으로 얽히면서 소통이 성공의 열쇠가 된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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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통은 단지 언어의 수준 문제만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배경, 가치, 문화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공감을 바탕으로 이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사람의 언어'는 인문학을 통해 다듬어질 수 있습니다.
인문학은 다양한 주제와 텍스트를 통해 인간 본질과 역사에서 우리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했는지 이해하게 합니다. 명확한 글쓰기,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단지 학문 내부의 논쟁에 만족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도 직접적인 유용성을 갖춥니다.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이 초래할 변화
대학들은 인문학을 통해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 창의성, 추론 능력, 공감 능력 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공감 능력은 갈수록 다양성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리더십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은 어떤 조직에서든 가치 있게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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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량은 단기간의 스킬 교육으로는 얻기 어려우며, 인문학적 탐구와 토론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인문학은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며, 일부 직업군은 종종 AI와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위기에 놓입니다. 그러나 인문학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인간 본성과 가치의 질문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닙니다. 쉽게 말해, 인문학이 다루는 영역은 결코 '유행을 타지 않으며', 특정 기술이 아닌 인간 고유의 사고 체계와 감성을 다루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인문학이 특정 직업에 대한 전문 교육과 달리,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지식과 기술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 시장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인문학 전공자들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커리어 경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갖춘 폭넓은 관점과 문제 해결 능력은 점차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취업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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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컨설팅, 콘텐츠 제작, 정책 개발, 사용자 경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 기업들조차 인문학 전공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추세인데, 이는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사용자의 맥락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취업이 안 되는 학문'이라는 인문학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학부모 세대는 자녀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도록 돕고자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학문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고용 시장의 기회가 어떤 학문에서 열리는지를 고려했을 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당장 눈앞의 취업률과 초봉을 비교했을 때 STEM 분야가 우위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인문학이 사회와 경제에 남길 수 있는 유산
그러나 '지속성'에 대한 논의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기술은 수십 년 안에 한계를 맞을 수 있지만, 본질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은 평생을 두고 지속 가능한 역량으로 남습니다. 오히려 인문학을 통해 길러진 이러한 역량은 다양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 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어떤 새로운 언어든 배울 수 있는 학습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전공에 대한 선택을 다룰 때 '현재의 트렌드'에만 좌우되지 않고, 긴 시각에서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인문학은 단지 과거의 유산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영역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사색의 도구입니다.
인문학은 인류의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수적이며, 이는 단지 학문적 가치를 넘어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당신이 매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감동을 받은 영화,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선 문제 등 그 어디에나 인문학은 함께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이렇게 흩어진 인문학의 조각들이 서로를 엮으며 당신의 삶을 어떻게 빚어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마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STEM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왜 '대화'와 '공감'을 다시 논해야 할까요? 그것이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가는 연결고리가 될지 모른다는 점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그 기술을 사용하고, 방향을 결정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다움의 핵심에는 인문학이 다루는 질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함께 공존할 것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 말입니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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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