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때로 침묵 속에 박제된다. 갑작스러운 사별 이후 십수 년의 세월이 흘러도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진 고통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러한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는 특별한 치유의 장이 마련됐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오는 4월 24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양평 소재 Kobaco 연수원에서 자살 유족들을 위한 '우리 함께 봄 나들이 회복캠프'를 진행한다.

이번 캠프는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다. 10년 전 형제를 떠나보낸 뒤 감정을 억눌러왔던 유정민(가명) 씨의 사례는 유족들이 겪는 내적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 씨는 이번 캠프를 통해 비로소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용기를 얻었다. 그는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며 이번 캠프가 갖는 정서적 해방감을 전했다.
특히 이번 행사의 핵심은 '동료지원가'의 활약이다. 동료지원가는 유족 당사자로서 본인의 회복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유족들의 정서적 지지대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가의 이론적인 조언보다 "나도 그랬다"는 동료의 한마디가 더 큰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제로 유족들이 자조집단에서 느끼는 유대감은 고립감을 해소하고 삶의 주도성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캠프 프로그램은 철저히 당사자 중심으로 설계됐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녹이는 환대 프로그램 △소그룹 중심의 조별 활동 △고인과의 추억을 나누는 자조모임 △치유 나눔 활동인 '미라클 모닝' △자연 속 야외 활동 등으로 구성되어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최남정 센터장은 "자살 유족은 깊은 슬픔의 수렁에서 홀로 빠져나오기 매우 힘들다"며 "이번 캠프가 '나누고 들어주는' 행위를 통해 사별의 여정 속에서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소중한 기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현재 '자작나무(자살유족 작은희망 나눔으로 무르익다)'라는 모임을 통해 유족들의 건강한 애도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 회복캠프 신청은 4월 3일 오후 5시까지 접수 가능하며, 서울시 25개 자치구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온라인 링크를 통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견뎌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이번 '봄 나들이 캠프'는 차가운 겨울 같은 유족들의 마음에 따뜻한 회복의 꽃씨를 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슬픔을 나누고 위로를 더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우리 사회의 생명 존중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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