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틀을 깨고 인간의 무의식이 투영된 순수한 몸짓이 서울의 심장부, 남산에서 펼쳐진다. 서울남산국악당과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가 공동 기획한 ‘제26회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가 오는 5월 16일,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예술적 영감이 즉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충돌하고 융합하는 역사적 현장이 될 전망이다.

올해로 26주년을 맞이한 서울국제즉흥춤축제는 국내외 즉흥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세계 유일의 즉흥 전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첫발을 내디딘 이래, 축제는 즉흥을 이용한 다채로운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 국제 협업 및 커뮤니티 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예술감독 장광열이 이끄는 이번 축제의 핵심 키워드는 ‘예기치 않은 우연’이다. 즉흥은 창작자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이미지를 끌어내는 작업으로, 무용 창작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수단이다. 이미 서구권에서는 공연예술의 독립적 장르로 확고히 자리 잡은 즉흥춤은, 이번 무대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찰나의 순간이 주는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 5개국 거장들의 협연 ‘The Spring’, 남산 야외마당을 수놓다
5월 16일 오후 6시, 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는 세계적인 즉흥 고수 6명이 참여하는 ‘5개국 국제협업 즉흥공연 <The Spring>’이 펼쳐진다. 영국,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지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봄’을 주제로 약 30분간 라이브 연주와 함께 몸의 대화를 나눈다.
특히 프랑스 출신의 노련한 연주자 데니스 푸르니에(드럼)와 미셸 마르(트럼펫)가 만들어내는 타악과 관악의 변칙적인 리듬은 공연의 긴장감을 더한다. 여기에 줄리안 해밀턴, 도릿 와인탈, 안지희, 김정웅, 저메인 잉그램 등 4명의 무용가가 가세해, 음악이 만들어내는 파동에 몸을 맡기며 무쌍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관객들은 야외의 개방감 속에서 아티스트들의 호흡 하나하나를 근거리에서 체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된다.

◇ 칸딘스키와 우리 전통의 만남, ‘THE 문진수’의 시각적 해체
이어지는 오후 7시, 크라운 해태홀에서는 전통춤과 연희의 명인 문진수가 선보이는 파격적인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전통예술이 즉흥과 만나면-THE 문진수 ‘점·선·면 Vs. 정 중 동’>은 추상 미술의 거장 바실리 칸딘스키의 시각적 요소를 우리 전통 예술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문진수는 칸딘스키의 그림 속 점, 선, 면의 이미지를 우리 춤과 연희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치환한다. 버나 연희, 포이 연희, 넋전 연희, 쌍상모, 12발 상모 등 화려한 기예와 탈춤, 허튼춤이 어우러지며 즉흥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전통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해온 문진수의 예술 철학이 집약된 결정체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은 무대를 야외 마당으로 옮겨 관객들과 함께 즉흥의 유희를 나누는 대동의 장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 예술적 깊이를 더하는 공간, 서울남산국악당의 재발견
이번 축제의 무대인 서울남산국악당은 2007년 전통예술의 진흥을 위해 건립된 한옥 전문 공연장이다. 지하 1층에 배치된 공연장 구조는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전통 한옥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살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2022년 리모델링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갖춘 이곳은, 이번 즉흥춤축제를 통해 전통과 현대 예술이 공존하는 최적의 플랫폼임을 다시 한번 입증할 것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특별시, (주)컬처브릿지가 후원하며,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공식 인증 공연으로서 그 의미를 더한다. 공연 예매는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며, 전석 4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예술은 소통이다. '제26회 서울국제즉흥춤축제'는 작위적인 연출이 아닌, 찰나의 호흡과 예기치 못한 우연이 만들어내는 진실된 소통을 지향한다. 남산의 봄바람을 타고 흐르는 자유로운 몸짓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잊고 있었던 내면의 감각을 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