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숨기고 경험을 드러내다, 구포도서관의 ‘시크릿 북 피크닉’

부산광역시립구포도서관은 도서관 주간을 맞아 4월 18일과 19일 이틀간 도서관 앞 온빛광장에서 ‘시크릿 북 피크닉’을 운영한다. 독서를 정보 소비에서 경험의 영역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행사의 핵심은 선택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 이용자는 2층 문적원2에서 피크닉 세트를 대여한 뒤 야외 공간에서 독서를 즐긴다. 세트에는 바구니와 돗자리,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 필사 키트와 함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책 두 권이 포함된다. 준비 과정의 부담을 제거해 독서에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장치는 ‘시크릿 북’이다. 책은 제목과 저자를 지운 채 열 개의 키워드만 남긴다. 이용자는 정보가 아닌 감각으로 책을 선택한다. 익숙한 저자와 장르 중심의 선택 습관을 흔들고 우연한 만남을 설계한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독서는 취향의 반복이 아니라 발견의 경험으로 이동한다.


도서관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서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려 한다. 공간은 열려 있고 책은 숨겨져 있다. 남는 것은 선택의 긴장과 읽기의 몰입이다. 도서관이 제공하는 것은 더 많은 책이 아니라 더 낯선 경험이라는 점을 이번 기획이 증명한다.

작성 2026.04.16 08:33 수정 2026.04.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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