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타임즈 유규상 기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국회ESG포럼 공동대표)이 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해 기업의 중복 보고 부담을 줄이고 세이프하버와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제도는 ESG 정보를 한국거래소의 자율공시로 운영해 공시 기준과 책임이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지속됐다.
반면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시행해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공시하고 있으며, 일본·영국·호주 등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반영한 법정 공시 체계를 도입했다. 우리 기업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외 규제에서 ‘동등성(equivalence)’을 인정받지 못해 중복 공시가 발생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은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금융위원회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공시기준을 제정하도록 했다.
공시기준 제정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제도 시행 초기 3년간 고의적 허위 공시를 제외하고 민사·형사·행정 책임을 면제하는 세이프하버(safe harbor) 조항을 마련했다. 초기 공시 오류에 따른 법적 위험을 낮춰 기업이 부담 없이 제도에 진입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성실 공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발행분담금 50% 감면, ‘지속가능성 공시 성실법인’ 지정에 따른 제재 감경, 은행 리스크 평가·BIS 기준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해 제도 참여 유인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민 의원은 “지속가능성 공시는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 인프라”라며 “공시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부담을 최소화해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시 범위·시기 등 세부 기준을 시행령으로 위임한 이유에 대해 “국제 기준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금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ESG 공시가 “장기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하며, 도입 시기를 2026회계연도(2027년 공시)로 1년 앞당기고 적용 대상을 연결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실상 약 500개 기업으로 의무화를 넓히자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제시된 공시 대상이 협소하면 산업 전환 리스크를 반영하기 어렵다”며 스코프3(공급망 전체 탄소배출량) 공시 유예기간도 1~2년으로 단축해 보다 이른 시점에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국민연금 등 장기 투자자의 요구는 결국 ‘신뢰할 수 있는 ESG 공시’를 확보하라는 시장의 메시지”라며 “법정공시 기반의 공시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국제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의원들이 참여했으며, 국회ESG포럼에서 장기간 논의 끝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