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레시피] 들꽃 쉼표 여덟, 메꽃 - 척박한 땅에서 길어 올린 가장 연한 분홍빛 위로

허기진 계절을 품어 안은 땅속의 생명줄

뙤약볕 아래 핀 연분홍, 기다림으로 빚은 단아한 기개

겉은 수줍게 속은 실하게, 내실 있는 삶이 건네는 위로

메꽃의 어원인 '메(먹거리)'와 구황작물로서 우리 민족의 아픔을 함께했던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출처=서울대학교 우리문화탐사회 까페)

 

 

메꽃은 화려한 나팔꽃에 가려지기 쉽지만 우리 민족의 배고픈 시절을 함께 견뎌온 눈물겨운 생명력을 품고 있습니다.

 


이름의 유래와 생존의 역사
뿌리가 마치 고구마처럼 하얗고 길게 뻗어 있어 식량이 귀하던 시절 구황작물로 쓰였습니다. 

'메'는 먹을 것을 뜻하는 옛말로 뿌리를 캐서 쪄 먹거나 구워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던 '민초의 생명줄' 같은 꽃이지요.

 

 

전쟁터에서 주인을 기다린 전령
먼 옛날 전쟁터에 나간 주인의 전령 역할을 하던 소년이 길가에서 주인을 기다리다 죽어 그 자리에 핀 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소년이 들고 있던 붉은 깃발이 오랜 기다림에 바래 연분홍색 메꽃이 되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이 꽃은 '변치 않는 기다림'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여름의 약속과 꽃말
개화 시기 :  6월에서 8월 사이, 연분홍빛 나팔 모양의 꽃을 피웁니다.

 

 

꽃말  '속박' '충성'
줄기가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는 모습 때문에 '속박'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한곳에 뿌리 내리면 결코 자리를 옮기지 않는 '정직한 인내'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색의 의미와 정서
연분홍 : 메꽃의 분홍색은 자극적이지 않고 수줍은 아이의 볼처럼 '순수한 사랑'을 뜻합니다.
하얀 뿌리 : 겉으로는 가냘픈 꽃을 피우지만 땅속에서는 굵고 하얀 뿌리를 뻗어 영양을 저장하는 '내실 있는 삶'의 표본입니다.

 

 

나팔꽃과 달리 한낮에도 꽃을 피우는 모습((출처=서울대학교 우리문화탐사회 까페)

 

 


우리에게 메꽃은 '수줍은 기개'입니다. 나팔꽃처럼 아침에 잠깐 피고 지는 화려함보다는 뙤약볕 내리쬐는 한낮에도 연약한 꽃잎을 펴고 서 있는 모습은 모진 풍파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국적 단아함'의 정수입니다.

 

 

 


독자에게 보내는 풀꽃 편지


메꽃은 화려한 나팔꽃처럼 담장을 넘어 뽐내기보다 들판 낮은 곳에서 조용히 자신의 연분홍빛 진심을 전합니다. 배고픈 시절 누군가의 허기를 달래주던 하얀 뿌리를 땅속 깊이 감춘 채 말이지요. 
우리 삶도 때로는 화려한 겉모습보다 내면을 채우는 묵직한 뿌리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수고로움이 비록 눈에 띄지 않더라도 메꽃처럼 땅속 깊이 단단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음을 잊지 마세요. 
당신의 은은한 분홍빛 미소가 누군가에겐 가장 따뜻한 양식이 될 것입니다.


 

작성 2026.04.07 11:44 수정 2026.04.0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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