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교육은 왜 반복될까. 교육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성희롱 행위자 교육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이다. 이 말은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기준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희롱은 개인의 의도로 판단되지 않는다. 상대가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조직 내 권력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가 기준이다.
이 간극이 교육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첫 시간의 목표는 설득이 아니라 질문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 질문 하나가 개인의 기준을 흔드는 출발점이 된다.
이후 교육은 실제 사례를 통해 판단 기준을 적용해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여겼던 말과 행동이 어떤 조건에서 성희롱으로 인정되는지 확인하는 순간, 개인의 기준과 사회적 기준이 충돌한다. 중요한 것은 동의가 아니라 차이를 인식하는 일이다.
최근 성인지 감수성 변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과거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행동이 지금은 문제로 인식된다. 이는 개인의 과민함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의 이동이다. 성희롱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대와 조직문화 속에서 재정의되는 규범이다.
그렇다면 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해가 아니라 행동 기준이다. 상대의 반응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 권력 관계를 고려할 것, 애매하면 멈출 것. 이 단순한 원칙이 실제 변화를 만든다.
성희롱 교육은 설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설득은 저항을 낳지만, 기준의 충돌은 생각을 바꾼다. 결국 변화는 타인을 설득하는 데서가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타인을 대하고 있는가.
칼럼니스트 소개

김범일
경기도 비상임 인권보호관(성희롱·성폭력)
정부기관·지자체 성희롱 고충심의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