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율동시회] 단수斷水

한용수

 

단수斷水  

 

 

핸드폰 긴급 알림은 산동네에 물이 끊긴다는 문자이다

예고도 없었고 원인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지 않다

화장실은 마을회관을 이용하고 

급수차와 식수를 제공하겠다는 연이은 문자이다.

맘카페에선 요즘 이런 동네가 어딨냐며 불편을 토로하지만 

일 년에 두어 번 있는 일이다. 

비 오는 밤 

급수차가 있는 마을회관은

생활용수와 식수를 받으려는 차량과 퇴근 차량이 서로 엉키고 

그 사이로 물통과 우산을 든 사람들이 급하게 오간다. 

식수는 하나씩만 가져가라는 공무원의 간절한 공지와 세찬 빗소리 

간헐적이지만 계속 울려대는 경적은 

비 협주곡에 클라이맥스를 달리는 심벌즈처럼 들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에 멈춰있는 듯하다

적은 양에 생활용수로 밥은 어떻게 먹을까? 설거지는? 목욕은? 

잠들 수는 있을까? 변기에 오물처리는 어떻게 하지?

불편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걱정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삶에 대한 원망을 

너덜너덜한 가난에 덤터기 씌어 토해낼 것에 

미리 준비하는 작아진 부모 마음이다

단수斷水는 단수일 뿐 

단수斷壽는 아니다

가난은 아니다

 

 

[한용수]

1968년 충북 청주 출생. 

2017년 《문학바탕》 등단. 

현재 유치원 교사. 

율동시회 회원.

 

작성 2026.04.06 09:27 수정 2026.04.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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