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노인종합복지관이 지난 3년간 이어온 충북영상자서전 사업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복지관, 함께하다』는 단순한 성과자료집이 아니다. 이 책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된 사업의 과정과 사람, 그리고 지역의 기억을 실무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기록집이다. 충북영상자서전이 도민의 삶을 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하고 후세에 전승하는 기록문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이 책은 결과보고서라기보다 ‘사람의 시간을 남긴 아카이브’에 가깝다.

“내 이야기를 해도 되나”… 기록은 그렇게 시작됐다
책의 첫인상은 분명하다. 이 사업이 다루고자 한 것은 영상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라는 점이다. 책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어르신의 첫마디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 한 번도 정리해보지 못한 마음과 평생을 살아낸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고 말한다. 이 문장만으로도 『복지관, 함께하다』가 어떤 책인지 드러난다. 이 책은 누군가의 인생을 잘 편집된 콘텐츠로 소비하기보다, 끝까지 들어주고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성과를 나열하는 대신, 과정을 기록하다
실제로 책은 충북영상자서전 제작, 사업 홍보, 자문위원회 운영, 같이가치약속 캠페인, 시니어유튜버 양성, 도민서포터즈 운영, 간담회, 사업설명회, 인생사진 프로젝트, 시니어 전문강사단, 성과공유, 영상공모전, 마을담기 프로젝트까지 총 13개의 흐름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성은 단순히 “무엇을 했는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업이 어떻게 지역사회 속에서 뿌리내리고 확장되어 갔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어르신을 복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기록의 주체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세우려 했다는 점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성과를 숫자보다 과정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데 있다. 책은 영상자서전 제작을 단순한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삶을 존중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복지적 실천으로 바라본다. 또 사업의 성과 역시 몇 건을 제작했는가보다, 왜 이 영상을 찍는지, 어떤 태도로 사람을 만났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그래서 『복지관, 함께하다』는 “사업이 잘됐다”는 홍보성 문장보다, “이 일이 왜 필요했는가”를 끝까지 붙드는 기록에 가깝다.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시니어의 변화’다. 영상자서전 사업은 어르신을 단지 인터뷰 대상자로 세우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시니어유튜버 양성과 활동, 도민서포터즈, 전문강사단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어르신이 기록의 대상에서 기록의 생산자,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주체로 성장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는 고령사회를 수동성과 돌봄의 프레임으로만 보지 않고,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는 창작의 주체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점에서 『복지관, 함께하다』는 복지 현장의 책이면서도, 동시에 지역사회가 시니어를 어떻게 다시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기록이 모여, 지역의 기억이 된다
이 책은 기록이 개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삶은 개인사이지만, 그 기록이 쌓이면 지역의 생활사와 공동체의 기억이 된다. 책이 전통시장, 자원봉사, 환경 캠페인, 마을담기 프로젝트 같은 꼭지를 함께 담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복지관, 함께하다』는 기록이 한 개인의 추억을 넘어 지역을 이해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이 책은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전자책 500원에 보급된다. 그러나 이 정보가 이 책의 중심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한 권의 책 안에 누군가의 삶과 지역의 시간이 얼마나 진지하게 담겨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복지관, 함께하다』는 값보다 의미로 읽히는 책이다.
『복지관, 함께하다』는 완성된 이론서도, 거창한 기획서도 아니다. 대신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아온 시간, 사람을 만나며 확인한 가치, 그리고 사라지기 쉬운 기억을 남기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오히려 더 진짜에 가깝다. 기록은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커리어온뉴스 ‘커리어 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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