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 기존 교육의 문법을 근본부터 다시 묻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름부터 낯선 ‘메타미메시스’. 그러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방향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신양주 원장은 단호하게 말한다. “이제는 정답을 잘 찾는 아이가 아니라, 질문을 잘 만드는 아이가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 ▲ 신양주 원장 © 메타미메시스 |
메타미메시스는 단순한 학원이 아니다. 이곳은 기존의 주입식 교육, 정답 중심 교육의 틀을 넘어서는 ‘창의융합 교육 공간’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 속에서, 아이들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신 원장은 “지금까지의 교육은 이미 정해진 답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느냐에 집중되어 있었다”며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그 역할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 즉 질문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육 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메타미메시스의 핵심은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기반의 프로젝트형 학습이다. 그 중심에는 197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창의력 대회 ‘오디세이 오브 더 마인드(Odyssey of the Mind)’가 있다.
![]()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이 대회는 정해진 답이 없는 과제를 각 팀이 창의적으로 해결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동차를 제작해 특정 미션을 수행하거나, 기계 장치를 설계하거나, 고전을 재해석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유형의 과제가 주어진다. 또한 초경량 목재로 구조물을 만들어 얼마나 큰 하중을 버틸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공학적 과제, 그리고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창작 과제까지 총 다섯 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신 원장은 “이 다섯 가지 과제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총체적으로 요구하는 종합적인 교육 도구”라며 “이 모든 영역을 통합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코치는 국내에서도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 다섯 가지 분야를 모두 직접 지도하며, 아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그의 교육 여정은 약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치동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던 대학 선배가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대회를 준비시키며 가장 적합한 코치로 신 원장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회를 준비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창의력 교육에 확신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이후 약 10년에 걸쳐 교육 과정을 체계화한 그는, 보다 집중적인 교육을 위해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봉천동에서 메타미메시스를 시작한 것은 2025년 11월. 그는 “강남 중심의 교육 인프라를 서울 남서부로 확장하고 싶었다”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메타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과정 중심 교육’이다. 이곳에서는 6개월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수행한다.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교사의 역할이다. 신 원장은 자신을 ‘선생님’이 아닌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고 정의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사고를 확장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이를 위해 그는 수업 중 아이들의 모든 발언과 아이디어를 기록한다. “아이들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중구난방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그 안에는 반드시 중요한 단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던진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전체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지나가는 말로 “모험에 보물 상자가 빠질 수 없지”라고 하면,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보물 상자’가 공연의 무대로 변신하고, 이야기의 중심 장치로 확장된다. 이처럼 메타미메시스의 결과물은 어른이 설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가 축적된 결과다.
![]()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신 원장은 기존 창의교육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지적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창의융합 교육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어른이 결과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은 단순히 제작 과정만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아이의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오히려 실패의 경험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들다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그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이러한 교육 방식은 실제 대회 경험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신 원장은 지난해 네 개 팀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했다. 그중 한 팀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포함된 어린 팀이었지만,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8분 제한 시간 안에 공연을 마쳐야 하는데, 정확히 8분 00초에 끝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고 협력해 무대를 완성한 순간이 정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7분 55초에 공연을 마무리하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 사진 © 메타미메시스 |
그는 이 경험을 ‘스포츠맨십’에 비유했다. “이 프로그램은 예술이면서도 스포츠적인 요소가 강하다”며 “시간 관리, 협동, 리더십 등 다양한 역량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메타미메시스는 이러한 교육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는 데에도 도전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회 중심으로 운영되던 프로그램을, 6개월 단위의 정규 과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신 원장은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진짜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 ▲ 대상 받은 트로피 © 메타미메시스 |
앞으로의 목표는 더욱 확장되어 있다. 그는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지역 공연장과 연계해 실제 공연으로 발전시키고, 자동차 프로젝트는 메이커 대회에 출전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과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만든 결과물이 교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 ▲ 신양주 원장 © 메타미메시스 |
마지막으로 그는 학부모들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많은 부모님들이 여전히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교육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배운 지식을 실제로 활용할 기회는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OECD 학업 성취도 평가(PISA)를 언급하며 “한국 학생들은 성취도는 매우 높지만, 실행 효능감은 낮다”고 설명했다. “즉, 공부는 잘하지만 그것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 ▲ 메타미메시스 입구 © 메타미메시스 |
신 원장은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할 수 있다’는 경험이다. 그 경험은 실패를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이어 “우리 아이들은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다만 스스로 해볼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 ▲ 외부 전경 © 메타미메시스 |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이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닌 시대. 메타미메시스는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는 한 교육자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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