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활성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 약 3.5억 명, 일간 활성 사용자(DAU, Daily Active User)가 약 1억 명 수준, 그리고 크리에이터(콘텐츠 제작자)가 약 5,000만 명 이상 활동하고 있는 SNS 플랫폼 샤오홍슈(小红书)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중국 2030 세대(특히 여성)에게 '생활의 중심' 이 된 플랫폼이다.
최근 SNS 플랫폼 샤오홍슈(小红书)는 ‘생활 로직(生活逻辑)’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콘텐츠의 기획, 마케팅, IP 경영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이 ‘많이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사용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콘텐츠 과잉 시대에 정체된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중국의 소셜 플랫폼 샤오홍슈(小红书, Xiaohongshu)가 콘텐츠 산업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이 플랫폼은 ‘트래픽 로직’이 지배하던 기존의 공식을 ‘생활 로직’으로 전환하며, 창작의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31%의 나’라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샤오홍슈에서는 매일 약 16만 편의 영상 콘텐츠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다. 그중 5만 편, 즉 약 31%의 게시물 제목에는 ‘나(我)’라는 글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언어적 통계를 넘어, 새로운 시대 콘텐츠 소비자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다. ‘31%의 나’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관객은 더 이상 작품을 그저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하며, 나아가 작품의 완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교육’이 아닌 ‘이해’이며, ‘주입’이 아닌 ‘자발적 공감’이다.
이는 창작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좋은 작품은 더 이상 ‘만들어지는’ 과정의 산물이 아니라, 이미 사용자들의 감정, 욕망, 그리고 그들이 속한 다양한 ‘서클(圈层)’ 속에 존재하는 니즈를 창작자가 ‘발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우리’에서 ‘나’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래서 창작의 초점이 진화하고 있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창작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근본적인 이동을 요구한다. 기성세대의 창작자가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는가’라는 거대 서사와 집단 정체성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나’라는 개인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나 자신을 둘러싼 일상 속에서 나를 안착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
샤오홍슈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은 이 흐름을 잘 보여준다. 드라마 ‘나의 아러타이(我的阿勒泰)’의 치유적인 풍경과 대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사랑하고, 살아가고, 상처받는’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했으며, 예능 ‘화소소년(花少)’의 ‘칠로동심(七老同心)’이 화제가 된 것은 오랫동안 갈망해 온 ‘느슨함’과 ‘안정감’, 그리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동료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는 ‘내가 공감하는 감정’이 작품의 핵심 동력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드라마 속 캐릭터는 관객에게 ‘자신이 닮고 싶은 이상적인 자아’ 혹은 ‘또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왕톄메이(王铁梅)’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정직함과 용기는 이상적인 자아의 투영이었고, ‘쉬옌(许妍)’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나쁜 여자’ 서사 속에 숨겨진 성장의 빛은 또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이었다.
이는 ‘내가 따르고 싶은 인물’이 작품의 매력이 되는 시대를 말한다.
AI 시대가 도래헸으며, 그래서 ‘살아있는 사람’의 가치가 돋보이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며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표준화되고 템플릿화된 콘텐츠가 넘쳐나게 될 것이다. AI 에이전트와 가상 인물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오히려 가장 희귀하고 강력한 경쟁력은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 즉 ‘활인감(活人感)’이 될 것이다.
샤오홍슈의 창작 방법론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결코 알고리즘이 콘텐츠를 ‘먹이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을 주체로 삼아 창작의 가장 본질적인 뿌리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팬덤 문화와 다양한 팬 소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버블(Bubble), 디어유(DearU), 다음 카페(Daum Cafe) 등은 이미 팬과 아티스트 간의 깊은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다.
여기에 샤오홍슈의 ‘31%의 나’가 주는 시사점은, 이러한 채널을 단순한 홍보 통로가 아닌 ‘공동 창작의 장’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시나리오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핵심 팬덤이 모인 공간에 캐릭터 설정이나 주요 장면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수집한다면, 그 피드백은 ‘이미 거기에 존재하는 니즈’가 되어 창작의 방향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관객이 ‘내가 공감하는 감정’, ‘내가 따르고 싶은 인물’, ‘내가 속한 서클’을 작품 속에서 발견할 때, 그 작품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창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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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