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성급한 이란 전쟁 철수, 분쟁 종식을 보장하지 못한다

‘승리’라 쓰고 ‘퇴장’이라 읽는다: 트럼프의 이란 종전 선언, 그 위험한 도박

"승전보는 블러핑인가?" 트럼프가 버리고 떠난 '이란 전쟁'의 독약

이스라엘은 멈추지 않는다: 미국의 이탈이 가져올 중동의 '진짜 전쟁'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호르무즈의 쇠사슬과 사라진 400kg의 우라늄... 우리가 보지 못한 '포스트 워'의 민낯

 

2026년의 봄, 세계 지정학의 화약고인 중동 위로 기묘한 승전보가 울려 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과의 전쟁이 사실상 미국의 승리로 끝났음을 선포했다.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해군력이 궤멸적 타격을 입었으니 ‘어려운 일은 다 끝났다’라는 호기로운 선언이다. 

 

그러나 전장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대통령의 낙관과는 사뭇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된 채 거액의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고, 행방이 묘연해진 고농축 우라늄 400kg은 전 세계 안보의 시한폭탄으로 남았다. 승리를 선언하며 돌아서는 미국의 등 뒤로, 더 거대하고 정교해진 이란의 복수극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단순한 종전인가, 아니면 더 큰 재앙을 향한 일방적인 퇴장인가. 그 이면의 차가운 진실을 들여다본다.

 

미국 대통령의 낙관과 사라진 ‘핵’의 행방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서두르는 가장 큰 명분은 ‘핵 억제’의 성공이다. 그는 이란의 핵 시설을 초토화함으로써 핵무기 개발을 원천 차단했다는 성과를 내세운다. 하지만 정보 당국의 보고서는 서늘하다. 폭격의 연기 속에서 사라진 400kg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이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이 분량의 물질이 이란 강경파의 손에 들어갔다면, 미국의 폭격은 오히려 이란의 핵무장 의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된다.

 

과거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핵 개발 금지 ‘파트와(Fatwa)’를 발표하며 최소한의 선을 지켰다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그가 사망한 이후의 이란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은 이제 핵무장만이 국가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 믿는다. 미국의 공습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실패하면서, 오히려 더 폐쇄적이고 호전적인 ‘성난 사자’를 우리 밖으로 내보낸 셈이다.

 

호르무즈의 ‘통행세’와 뒤흔들리는 세계 경제

 

경제적 관점에서의 종전 선언 역시 장밋빛 환상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낮으므로 이란에서 발을 빼면 유가가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 장담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생리는 대통령의 비즈니스적 직관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쥐게 된 순간, 세계 경제의 목줄은 이란의 손으로 넘어갔다.

 

현재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26억 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과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국제법적 근거가 희박한 ‘해적 행위’에 가깝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퇴장한 상황에서 이를 막을 국제적 규범은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주유소의 기름값은 결국 글로벌 유가에 연동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저렴한 가솔린’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란에 해협의 주권을 헌납한 꼴이 되어,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가 이란의 입김에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배신당한 걸프 우방과 이스라엘의 ‘남겨진 숙제’

 

현장의 외교관들과 우방국들은 미국의 ‘성급한 안보 외주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지역 국가들은 이번 전쟁 기간 중 이란으로부터 직접적인 미사일 공격을 받으며 존재론적 위협을 느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첫 순방지로 카타르를 택하며 “우리가 지켜주겠다”라고 약속했지만, 정작 이란 정권과 아무런 합의 없이 철군하는 행보는 그들에게 명백한 ‘배신’으로 읽힌다.

 

이스라엘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미국은 철수를 선언했지만, 이란 정권이 건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결코 사냥총을 내려놓을 수 없다. 레바논 남부를 초토화하며 헤즈볼라를 압박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미국의 이탈은 ‘미완의 전쟁’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선고와 같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로부터 다시 공격받지 않겠다는 명확한 보장 없이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우리는 6개월은 더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선언한 것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다. 미국의 퇴장이 곧 평화의 시작이 아니라, 국지적 대리전이 전면적 소모전으로 확산하는 서막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성 2026.04.03 02:28 수정 2026.04.0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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