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세월을 품은 항주의 보석

서호십경에 물들다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는 중국의 오랜 격언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저장성 항저우의 심장부라 불리는 '서호(西湖)'는 단순한 호수를 넘어 남송 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와 문학, 그리고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예술 작품과도 같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열 가지의 절경, '서호십경(西湖十景)'을 선사하며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방문한 서호의 밤은 낮보다 더욱 화려하고 깊은 정취를 자아냈다. 붉은 조명을 받아 신비롭게 피어난 꽃가지와 호숫가를 따라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군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에 현대적인 색채를 입힌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서호십경 중 하나인 '단교잔설'의 배경이 되는 다리 인근은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이 수면에 반사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요한 호수 위로 비치는 빛의 잔영을 따라 걷다 보면, 왜 옛 문인들이 이곳에서 수많은 시와 문장을 남겼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호의 매력은 자연경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호수 주변 산책로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정밀한 원주율($\pi$)을 계산해낸 남북조 시대의 천재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충지(祖冲之)'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과학적 성취와 인문학적 감성이 공존하는 이 공간은 항주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깊은 문화적 토양을 가진 도시임을 증명한다.

 

소동파가 사랑했던 '소제춘효'의 봄기운부터 달빛이 세 개의 탑에 머무는 '삼담인월'의 가을밤까지, 서호는 사시사철 방문객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건넨다.

 

항주 서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서두르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낮에는 유람선을 타고 호수 중앙의 섬들을 유람하며 '화강관어'의 생동감을 느끼고, 저녁에는 '남평만종'의 종소리를 배경 삼아 호숫가를 산책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특히 해 질 녘 '뇌봉석조'의 황금빛 노을이 뇌봉탑을 감싸는 순간은 서호 여행의 정점이 될 것이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여전히 푸르게 빛나는 서호는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진정한 휴식과 영감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서호십경(西湖十景) 목록

소제춘효(蘇堤春曉) 봄날 새벽, 소제 위에 안개가 낀 풍경

곡원풍하(曲院風荷) 여름날 연꽃이 만개한 모습

평호추월(平湖秋月) 가을밤 호수에 비친 달

단교잔설(斷橋殘雪) 겨울 눈이 다리 위에 남아 있는 풍경

삼담인월(三潭印月) 세 개의 섬에 달빛이 비친 모습

남평만종(南屏晚鐘) 저녁 무렵 남평사의 종소리

뇌봉석조(雷峰夕照) 뇌봉탑에 비치는 석양

화강관어(花港觀魚) 화강에서 물고기를 감상하는 풍경

쌍봉삽운(雙峰插雲) 두 봉우리가 구름 속에 솟아 있는 모습

류랑문앵(柳浪聞鶯) 버드나무 숲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 풍경

 

문화적 가치: 소동파, 백거이 등 중국 문학 거장들이 서호를 노래하며 문학적 상징성을 더했다.

사계절 매력: ·여름·가을·겨울 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주어 언제 방문해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행 팁

위치: 저장성 항저우 시 중심부

추천 방문 시기: (소제춘효), 가을(평호추월), 겨울(단교잔설)

유람선을 타고 삼담인월을 감상하거나, 소제를 따라 산책하며 계절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조충지(祖沖之) 동상.>

중국 남북조 시대의 수학자·천문학자.항주 서호 주변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사진 더 보기>


서호 단교(断桥야경


<사진: 포대화상(布袋和尚) 동상 웃는 부처로 알려진 인물상.>

풍요와 행복을 상징하며서호 주변 사찰 경내에서 볼 수 있다.


 

-김 대규 여행기 사진제공



작성 2026.04.02 09:20 수정 2026.04.02 09:39

RSS피드 기사제공처 : 개미신문 / 등록기자: 김태봉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