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오는 지리산〉은 한 장의 풍경을 보여주기보다, 한 시절의 시간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눈으로 덮인 산은 조용하지만, 그 고요 속에는 사라지지 않은 시간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눈은 덮습니다. 그러나 지우지는 않습니다.
이 그림 역시 그렇습니다. 흰 표면 아래에는 지나온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 작품은 그 흔적을 말없이 드러냅니다.
우리는 종종 선명한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 그림은 오히려 흐릿한 것, 덮인 것, 남겨진 것을 통해 더 깊은 감각을 건넵니다. 가까이서 보면 거친 질감이 시간을 증언하고, 멀어지면 하나의 고요한 질서로 정리됩니다. 그 사이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머물고, 생각은 조금 더 깊어집니다.
공간 속에서도 이 작품은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중심을 잡습니다. 빛에 따라 표면이 달라지고, 시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지만, 그 안의 고요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이 건네는 것은 결국 하나의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덮여 있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어쩌면,
지워지지 않은 시간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