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손가락 한 번의 움직임으로 만남과 이별이 결정되고, 화려한 필터로 보정된 찰나의 이미지가 사랑의 척도가 되는 2026년의 풍경 속에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진짜'를 갈구한다. 이러한 시대적 결핍을 파고들며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특별한 예술적 응답이 도착했다. 음악 프로젝트 쏠롱구스의 21번째 수록곡 ‘사랑에 답함’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곡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명인 나태주의 시 ‘사랑에 답함’을 원작으로 한다. 나태주 시인이 평생을 통해 일궈온 '풀꽃' 같은 시선이 음악가 정원진의 선율을 타고 대중의 귓가에 안착했다. 단순히 시를 노래로 옮긴 수준을 넘어, 시인이 던진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예술가적 고뇌를 담아 음악적 화답을 보낸 형태다.
기존의 사랑 노래들이 연인의 아름다움과 설렘을 찬양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곡은 철저히 '관점의 변화'에 주목한다. 가사에서 반복되는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라는 구절은 사랑이 대상의 객관적 상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의지적 결단임을 시사한다. 이는 타인의 결점을 지적하고 배척하는 데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 강력한 경종을 울린다.
곡의 구성을 살펴보면 정원진의 다재다능함이 돋보인다. 작곡과 편곡은 물론 EP, 통기타, 우쿨렐레, 하모니카 등 어쿠스틱한 악기들을 직접 연주하며 따스한 질감을 구현했다. 특히 MIDI 프로그래밍과 믹싱 과정까지 도맡아 창작자의 의도를 왜곡 없이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로 구성된 코러스는 순수함을 더하며 곡의 정서를 확장시킨다.
이 곡의 백미는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라는 대목에 있다. 시작의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지속성임을 강조하는 이 메시지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긴 호흡의 미학을 전달한다. 싫은 것을 참아내고 변함없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완성이라는 나태주 식의 정의는 음악적 선율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쏠롱구스 작업실에서 잉태된 이 곡은 제미나이(Gemini)의 그림과 정원진의 손글씨가 어우러진 자켓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 완성도까지 확보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감성이 협업한 자켓 이미지는 현대 기술과 아날로그적 정서가 공존하는 이 시대 사랑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에 답함’은 단순한 대중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수용과 인내, 그리고 긴 시간을 견뎌내는 숭고한 가치에 대한 복원 선언이다. 진정한 사랑은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쏠롱구스 정원진의 이번 신곡은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나중까지의 진심'을 일깨우며, 음악이 가진 가장 고전적이고도 강력한 치유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