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그 겨울의 중심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9


그 겨울의 중심

 

 

야적된 장작에서
마른 소리로 겨울이 운다.

 

잠든 눈들은 빛에 잠겨 끝내 닿지 못하고.

매화가 틀 무렵 수선화가 땅을 밀어 올린다.

한파는 산파처럼 차가운 숨을 쉰다.

 

우리는 아직 안부를 묻지 못한다.

접힌 시간 속에서 벽이 무너지면

깨어난 빛이 나를 붙들고.

영하의 밤,
말없이 버티는 것들이 상처를 꿰맨다.

 

 

<해설>

겨울이라는 계절을 통해 침묵과 인내, 그리고 사랑에 이르는 내면의 과정을 그린다. 야적된 장작에서 들려오는 겨울의 울음은 정지된 시간 속에 스며 있는 생의 긴장을 상징한다. 겨울잠에 든 눈들은 본질에 닿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고, 매화와 수선화는 혹한 속에서도 움트는 생명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화자는 아직 안부를 묻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접힌 시간무너지는 벽은 닫힌 마음이 열리는 순간을 암시하며, 영하의 밤을 견디는 존재들은 상처를 스스로 꿰매는 힘으로 제시된다. 결국 겨울을 통과한 자리에서 사랑은 관념이 아닌 체온으로 구체화 된다. 이는 고통 이후에야 비로소 획득되는 따뜻한 공감과 생의 긍정을 의미한다.

 

<감상>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차가움 속에 숨은 미세한 온기입니다. 장작에서 겨울이 운다는 표현은 고요한 풍경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잠든 눈들이 본질에 닿지 못한다는 구절은 나 자신의 둔감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매화와 수선화가 한파를 견디며 올라오는 장면에서는 고통이 곧 탄생의 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안부를 묻지 못하는 우리는 어쩌면 상처 입을까 두려워 머뭇거리는 존재일 것입니다. 그러나 접힌 시간이 펴지고 벽이 무너질 때, 빛은 물러서는 나를 붙듭니다. 영하의 밤을 통과한 뒤 사랑이 체온으로 남는다는 마지막 구절은, 결국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거창한 신념이 아니라 서로의 따뜻함임을 조용히 일깨웁니다.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정찬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시집 한 줄기 바람(1988)29, 한정찬시전집 2, 한정찬시선집 1, 소방안전칼럼집 1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작성 2026.03.30 01:08 수정 2026.03.3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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