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구로구 '하상인 행정사 사무소' 하상인 행정사 |
행정기관의 처분이나 절차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영업정지, 자격정지, 인허가 문제, 출입국 관련 행정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행정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낯설다. 기자가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위치한 ‘하상인행정사사무소’(제3회 공인행정사 시험 합격)를 찾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행정이라는 어려운 영역 속에서 누군가의 억울함과 사연을 ‘행정의 언어’로 풀어내는 사람, 하상인 행정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하상인 행정사는 자신의 사무소를 단순한 서류 작성 대행 기관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업무 범위만 보면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작성 대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서류를 대신 작성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행정이라는 영역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찾아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문장력과 행정사의 법리적 논리를 결합해 의뢰인의 사연을 행정에 맞는 언어로 소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가 행정사라는 직업을 처음부터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뒤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외국인 관리 업무 보조 일을 맡게 됐다. 그 경험이 그의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군 제대 후 호주에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했던 경험이 있었던 그는 외국인 근로자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외국인 행정 업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예상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외국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이들의 행정 문제를 해결해 줄 전문가는 많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비자, 체류 자격, 행정 절차 등 외국인이 겪는 문제는 단순히 서류 한 장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고 심사 역시 복잡했다.
“그때 행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습니다. 영어 전공과 외국인 관련 경험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행정사의 길에 들어섰다.
하 행정사가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신뢰’다. 행정사는 인허가 등의 신청 등은 대리가 가능하나 그 외의 서류 작성 업무는 법적으로 ‘대리’가 아닌 ‘대행’ 업무에 해당된다. 즉 서류는 행정사가 작성하지만 결국 의뢰인의 이름으로 제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서류를 작성합니다.”
행정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행정사는 경력직 공무원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자격증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달갑지는 않지만 의뢰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이해합니다.”
![]() ▲ 하상인 행정사 저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속 행정심판 |
그래서 더욱 실력으로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또 다른 특징은 ‘작가 행정사’라는 점이다. 그는 지금까지 총 10권의 책을 집필했다. 2014년 첫 책을 출간한 이후 여행기, 진로 관련 책, 소설, 법률 관련 도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써왔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 속 행정심판’이라는 책은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법률 분야에서 예스24 베스트셀러 TOP100에 10주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행정처분이 발생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민원만 있는 줄 아시는 분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고충민원, 의견 제출, 행정심판 등 여러 단계의 제도가 존재한다. 그는 이런 행정 절차를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책으로 만들었다. “전문 용어를 최대한 줄이고 꼭 알아야 할 핵심만 담았습니다.”
작가로서의 경험은 행정사 업무에도 큰 영향을 준다. “어떤 서류는 법적 논리가 중요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람의 사연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풀어내는 능력이 그의 강점이다.
![]() ▲ 하상인 행정사 에세이 - 마음이 넓지 않은 사람이 불안을 대하는 방법 |
하 행정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자 한 체육 지도자의 행정심판 사건을 이야기했다. 한 체육 코치가 5년 전 선수 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체육지도자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받게 된 사건이었다. 문제는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자격정지가 되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행정심판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문제는 집행정지였다. 위 사건은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으면 대회 참가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집행정지가 반드시 받아들여질 거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의 손편지를 증거 자료 중 하나로 제출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대회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학생들의 목소리로 전달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극적이었다. 집행정지가 인용됐고 해당 지도자는 선수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결과까지 만들어냈다.
행정심판 결과 역시 이례적이었다. 보통 자격정지 사건은 잘 처리되더라도 기간 감경 정도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사건은 ‘원처분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자격정지 2개월 처분 자체가 취소된 것이다.
“행정사가 누군가의 노력과 꿈을 지켜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현재 행정심판 분야를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 행정처분을 다투는 사건에서 실제 사례와 성과를 쌓아가며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
행정사 업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행정사는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은 직업입니다. 대신 넓은 만큼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행정사로서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먼저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심판 청구, 의견서 작성, 고충 민원 대응 등 행정사가 가진 고유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집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 열 번째 책도 출간되었다. 글쓰기와 실무를 병행하며 행정 법률의 문턱을 낮추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행정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행정 업무를 돕는 일을 넘어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법률 문장가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 ▲ 하상인 행정사 |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의뢰인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행정 문제는 절차도 복잡하고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포기하기 전에 당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줄 전문가를 만나십시오.”
행정은 때로 차갑고 어려운 제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도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법과 문장의 언어로 풀어내는 사람, 하상인 행정사의 작업은 결국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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