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온의동 ‘매쓰업수학학원’ 임성우 원장 |
춘천 온의동에서 “수학은 싫어도 학원은 가고 싶어해서, 즐겁게 수학을 배워나간다”는 희안한 소문이 들린다는 말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춘천지역 학업 관련 인터뷰 도중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특이한 학원에 기자는 궁금증이 생겼다. 수학을 좋아하게 만든다는 학원은 흔하다. 하지만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웃으며 들어간다는 학원은 쉽게 듣기 어려운 이야기다.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긴장감보다는 밝은 분위기가 먼저 느껴졌다. 교실 안에서는 문제 풀이 소리와 함께 웃음이 섞여 있었다. 이곳을 ‘수학아지트’라고 표현한 이유를 묻자, 임성우 원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수학을 배우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손에 이끌려 온 학생들을 구제해 주는 수학아지트,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임 원장은 의외로 학창 시절 수학을 가장 싫어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부모 손에 이끌려 학원을 다니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는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었고, 수학은 그중에서도 가장 멀리하고 싶은 과목이었다.
![]()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전환점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찾아왔다. 수학 시험에서 10점을 받은 날이었다. 성적표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당시 여자친구의 한마디였다. 전교 상위권이던 그녀는 “창피하다”는 말을 거침없이 던졌다. 그 말은 예상보다 깊이 박혔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셨을 때보다 더 충격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진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있었구나 싶었죠.”
자존심이 상했고, 오기가 생겼다. 그는 일부러 공부 잘하는 친구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들의 리듬에 맞춰 앉아 있고, 문제를 풀고, 질문을 했다. 억지로 끌려가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공부였다.
![]()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다음 시험에서 그는 80점을 받았다. 반 5등이었다. 단번에 상위권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그때 알았어요. 재능이 아니라 태도였구나. 안 해서 안 된 거였구나.” 그 경험은 단순한 성적 상승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건이었다. 그리고 훗날,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교사가 되는 밑바탕이 됐다.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매쓰업수학학원은 철저한 소수정예 수업(최대 6명)을 원칙으로 운영한다. 대형 강의의 장점도 분명하지만, 임 원장은 95%의 학생에게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위 5%는 어느 환경에서도 잘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95%는 개별 관리가 필요해요. 누군가 옆에서 ‘지금 여기서 막혔다’는 걸 알아채줘야 하죠.”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그래서 매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별 관리 중심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학교별·학생별 맞춤 교재를 직접 제작하고, 약한 개념은 반복 강화한다. 수학은 많이 푸는 과목이 아니라, 정확히 이해하는 과목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반은 개설 후 한 달 이내 정원이 마감된다. 한 명 한 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 ▲ 매쓰업수학학원 학생들이 지난 시험보다 20점 이상 성적이 오른 뒤, 기쁘고 벅찬 마음을 안고 학원으로 뛰어와 신나서 시험지를 들고 자랑하고 있다. |
임 원장의 수업은 전형적인 문제풀이식 강의와는 거리가 있다. 소수점 계산을 설명할 때 올림픽 경기 영상이 등장하고, 제곱을 설명할 때는 ‘신문지를 42번 접으면 달까지 닿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릿수 맞춰서 계산하면 돼, 이렇게만 말하면 기억에 안 남아요. 상황이 있어야 아이들이 움직여요.”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예를 들어 소수점 덧셈을 설명할 때, 쇼트트랙 경기 영상을 보여준다. 방해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밀고 나간 선수의 기록 차이를 계산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이미 영상에 몰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계산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제곱을 설명할 때는 종이를 계속 접는 이야기를 꺼낸다. 두 배, 또 두 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과정을 시각 자료와 함께 보여주면 아이들은 “왜 제곱을 배우는지”를 체감한다. 큰 수 단원에서는 실제 짐바브웨 100조 달러 지폐를 보여주며 인플레이션 개념까지 연결한다. 숫자의 크기와 가치의 차이를 설명하며 세계 경제 이야기로 확장한다.
이처럼 세계 이슈, 뉴스, 과학, 역사, 미술을 융합한 스토리텔링형 구조 수업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장치다. 지루해질 타이밍에 다시 텐션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묻자, 그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제자를 떠올렸다. 그 학생은 후배들을 위해 직접 설명회를 열었다. 어떻게 시간을 관리했고, 어떤 태도로 공부했는지를 솔직하게 공유했다. 방학 특강에는 선배 제자들이 돌아와 후배들을 도왔다.
“제가 가르쳤던 학생이 또 다른 제자를 돕는 모습을 보니까, 선한 영향력이 이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인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제자들도 방학마다 학원을 찾는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옛 수업을 회상한다.
▲ 서울대에 진학한 옛 제자가 현 재원생들과 함께 대입 입시에 대한 경험과 준비 과정을 나누는 간담회 형식의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
그들이 공통적으로 남긴 말이 있다. “수학은 힘들었지만, 학원은 오고 싶었어요. 그 시간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임 원장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가르친 것은 문제풀이가 아니라 ‘시간과 태도’였다는 확신을 얻는다.
▲ 사진 = 매쓰업수학학원 |
춘천 온의동은 최근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학구열이 높아진 지역이다. 서울과 판교로 출퇴근하는 학부모도 늘었다. 교육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아지고 있다. 수요는 점점 늘고 있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양적 확장이 아니라, 철학이 유지되는 확장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수업 방식을 그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며 분원 설립을 계획 중이다. 아이를 많이 받는 학원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는 학원을 늘리고 싶다는 바람이다.
![]() ▲ 사진 = 임성우 원장 |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이 싫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포기하지는 말자.”
그리고 학부모에게는 덧붙인다.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마세요. 가능성을 발견해줄 공간을 찾으세요.”
춘천 온의동의 한 교실.
오늘도 아이들이 웃으며 들어온다.
그곳은 문제를 푸는 공간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하는 수학아지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