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반려견 올리가 몸을 뒤로 앞으로 두세 번 하더니 앞발에 힘을 주어 끙하고 반동으로 일어납니다. 뒷다리가 휘청이다 착지하고 다음 발도 그렇게 힘겹게 내디뎌 물 1리터를 들이켜고 현관문 앞에 섭니다. 전날만 해도 혼자 일어나지 못하니 엉덩이를 받쳐 줄라치면 물겠다고 고개 돌려 위협하면서 일어나던 올리였는데 말입니다. 올리 몸의 변화는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2주 후, 여느 때처럼 현관문을 열어 마당으로 데리고 나온 올리가 없습니다. 볼일이 끝나면 앉아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던 올리가 잠시 텃밭에 다녀와보니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개구멍으로 들어가다 주저앉으면 일으킬 수도 없는데 불안한 마음으로 신발을 신은 채로 뛰어 들어와 보니 올리가 고개를 바짝 들고 무슨 일 있냐는 표정으로 태연히 자기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말없이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꺼리던 개구멍을 1년 전처럼 걸어가 볼 용기를 올리가 낸 겁니다.
또 3주가 흘러 외출하고 돌아오니 현관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었는데 올리가 밖에 나와있습니다.
마당을 둘러보니 아직 식지 않은 야무지게 쌓아 올린 올리 똥이 있습니다. 나올 때는 개구멍 계단이 내리막이라 오를 때보다 균형 잡기가 힘들 텐데 걸었던 길을 잊지 않고 올리가 해낸 겁니다. 눈두덩이가 뜨거워졌습니다.
화식을 한지 40일 만에 변화인데요. 우연히 반려견에게 화식이 좋다는 말을 듣고 일단 해보자 했습니다. 반려견 알콩이(진돗개)와 올리(올드 잉글리시 쉽독)는 14살 노령이고, 사랑이(레브라도 레트리버)는 8살이라 안심하고 있었는데 암판정을 받아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그리고 채소의 적정 배합등을 검색해서 만들었어요. 닭가슴살은 삶아 잘게 찢고, 당근, 고구마, 단호박 쪄서 으깨고, 브로콜리 데치고 하는 일에 큰 솥들이 모두 나와 주방이 재밌어집니다. 지방은 연어오일로, 칼슘은 달걀껍데기 씻어 말린 후 곱게 갈아 병에 담아두고 조금씩 밥에 넣어 줍니다.
한 끼 적정량을 배합해 보니 너무 질어 주둥이는 단호박으로 범벅이 됐고 설사를 합니다. 그래서 화식을 한 끼의 절반, 다음은 3분의 1로 줄였다가 시간차를 두고 양을 조금씩 늘려서 다시 한 끼를 화식으로 했습니다. 믹서 대신 방망이와 숟가락으로 으깨서 물기도 줄였는데 실망스럽습니다.
이번에는 순서를 매겨서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을 차례대로 급여했습니다. 밥을 보자마자 달려들던 녀석들이 채소만 주니 달랑 이거뿐이야라는 표정으로 밥그릇과 저를 번갈아 보며 멈칫하기도, 다 먹으면 밥그릇이 자꾸 채워지니 화수분을 만난 듯 재미나게 먹었는데도 바나나똥은 요원했습니다. 몇 번의 실험을 더 거치고 거의 한 달 만에 적정량을 찾아서 지금은 아침저녁을 모두 화식으로 바꿨습니다. 후식으로 사료를 조금 먹으니 한 끼를 4번에 걸쳐먹습니다. 점심때는 밥통에서 만든 요플래에 블루베리 5개씩 얹어줍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의사가 말했다지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실로 명언입니다.
한 끼가 이리도 소중함을 아니 지구 저편의 뉴스를 보며 한 끼를 편하게 꼭꼭 씹어먹을 수 있는 평화가 절실함을 새삼 느낍니다.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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