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경제의 실핏줄이라 불리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파고 속에서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의 절박함을 파고든 '불법 사금융'의 마수가 경기도 전역을 뒤덮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 이율 환산 시 무려 3만%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를 뜯어내는 등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의 악행이 자행되고 있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은 지난 8월부터 불법 사금융 전담 조직(TF)을 전격 가동하며 집중적인 단속과 수사를 이어왔다. 그 결과, 경제적 약자들의 궁박한 처지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해온 피의자 21명을 대거 입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수사는 단순히 단편적인 단속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기만적인 대출 구조와 신종 갈취 수법을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 3만 1,937%… '현대판 노예 계약' 실체 드러나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무등록 대부업자 A씨 일당의 수법이다. 이들은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소액을 빌려준 뒤, 단 일주일 만에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금액을 이자로 요구했다. 이를 연 이율로 환산하면 무려 3만 1,937%에 달한다. 이는 법정 최고 이자율을 비웃는 수준을 넘어, 채무자를 영원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현대판 노예 계약'과 다름없었다.
또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소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조직적 범죄도 적발됐다. B씨 등 6명의 일당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나 향후 수령할 예정인 미수금 등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법정 제한 이율을 한참 상회하는 선이자와 각종 명목의 수수료를 선제적으로 떼어가는 방식을 취했다. 겉으로는 기업 자금 컨설팅을 표방했으나, 실상은 기업의 마지막 남은 숨통을 조이는 가혹한 갈취였다.
'일수'의 공포와 '오토바이 보관료'라는 신종 꼼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전적인 '일수' 방식의 불법 대출 역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27명에게 접근해 연 1,026%라는 비상식적인 이자를 받아낸 사채업자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채무자의 집 앞이나 사업장 앞에서 대기하며 심리적 압박과 공포를 조성하는 등 악질적인 추심 행태를 보였다. 도 특사경은 이 과정에서 주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며 엄정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는 법망을 피하기 위한 신종 수법인 '오토바이 보관료' 갈취 사례도 눈에 띈다. 이들은 대출 시 고액의 이자를 직접 받으면 사법 기관의 감시망에 걸릴 것을 우려해, 이자 대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오토바이 보관료'를 책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채무자가 원금을 상환하거나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복잡한 계약 구조를 설계한 뒤, 기한이 지나면 오토바이를 강제로 매각해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는 법률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전형적인 지능범죄의 형태를 띤다.
김동연 지사의 격노 "반사회적 범죄, 관용은 없다"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번 사안을 민생 경제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며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 지사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서민들의 피눈물을 담보로 배를 불리는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불법 사금융이 경기도 내에서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뿌리까지 뽑아내야 한다"고 특사경에 강력히 지시했다.
경기도는 향후에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불법 대부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멈추지 않을 방침이다. 동시에 범죄 적발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을 위한 입체적인 지원책도 마련했다. 극심한 생활고와 빚 독촉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경기복지재단 등 유관 기관과 연계하여 긴급 복지 서비스와 채무 조정 상담을 지원하는 등 '포용적 금융 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은 단순히 개인의 채무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협이다. 경기도의 이번 성과는 불법 행위자에 대한 단호한 법적 응징과 더불어 소외된 도민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동시에 작용해야 함을 시사한다. '불법 사금융 청정 지역'을 향한 경기도의 발걸음이 서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