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획연재] 17화 '행복'을 사랑한 아티스트 정혜련 작가, 거창한 목표 대신 '행복이라는 태도'를 화폭에 담다

말로 다 못한 '마음의 빈자리'에 화폭을 펴다… 막연한 기다림 속에 발견한 일상의 다정함

아날로그 붓끝으로 온기를 더한 10년의 궤적, 디지털 상상력과 융합해 탄생한 '몽다와 친구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피어 있습니다"...하루를 버틴 당신에게 건네는 다정한 '작은 숨'

 

자신의 감정을 전하는 데 서툴렀던 시간을 지나, 캔버스 위에 타인을 향한 다정한 미소를 새겨 넣는 작가가 있다. The Imaginary Pocus가 [창간특집기획연재] 아티스트 아카이브 시리즈로 만난 열일곱 번째 주인공은 ‘행복을 사랑한 아티스트 시각예술가 정혜련 작가이다. 평범한 일상 속 파편들을 채집해 따뜻한 온기로 빚어내는 그녀는 스스로를 거창한 예술가이기보다 ‘행복을 배달하는 사람’으로 칭한다.

 

<夢(몽)> 정혜련 작가 130.3x324cm 한지에 연필,먹 2012 = 작가 제공

 

"행복해지고 싶다"는 간절함이 만든 세계, 결과가 아닌 과정을 긍정하다
작가의 단단하고 따뜻한 세계관은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던 내면의 그늘에서 시작되었다. 학창 시절, 마음을 말로 온전히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던 그에게 억눌린 감정의 유일한 출구는 캔버스뿐이었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그림 안에서만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이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이, 지금의 ‘행복을 그리는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가장 막막했던 시간은 곧 타인에게 긍정과 위로를 건네는 위대한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렇게 붓을 쥐고 마음을 다독이던 작가는 삶의 철학을 뒤바꾸는 운명적인 전환점을 맞이한다. 전시를 준비하며 지쳐있던 오후, 작업실 창문 너머로 조용히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따뜻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태도’라는 것을요. 그 이후 저는 행복을 기다리는 대신,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회상하는 작가는, 이후 결과만 좇던 시선을 과정을 온전히 즐기는 태도로 바꿨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이나 비 갠 하늘, 길가의 클로버 같은 사소한 존재들이 화폭으로 들어와 고유의 세계관으로 만개한 이유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교차, 한지와 아크릴이 빚어낸 따뜻한 색
작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면을 구축한다. 먼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상상 속 이미지를 빠르게 시각화한 뒤, 이를 다시 캔버스 위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꼼꼼하게 재해석한다.


바탕 재료로는 물과 물감을 깊이 머금어 색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전통 한지를 선택했다. 그 위에 아크릴 안료를 단번에 칠하지 않고 두세 번씩 정성스레 덧칠하며 색의 밀도를 높여가는데, 무지개나 무지개장미처럼 다채로운 상징들은 이 치열한 노동을 거쳐 비로소 펄떡이는 생명력을 얻는다.

 

작가가 이처럼 번거로운 혼합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크릴의 선명한 색감을 살리면서도 한지 특유의 따뜻한 질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작가는 기술과 전통이 교차하는 이 작업 방식에 대해 “디지털에서 시작된 상상이 결국 손으로 완성되는 과정 속에서 작품에 온기가 더해진다고 느낍니다*라고 고백하며, 아날로그 붓끝을 거쳐 완성되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짚어주었다.

 

귀여움을 넘어선 '따뜻함', 몽다와 친구들이 전하는 일상의 위로
밝음은 선명하게 드러내고 사랑스러움은 숨기지 않는다는 뚜렷한 고집 속에서 탄생한 판다곰 몽다, 거북이 거복이, 다람쥐 다몽이는 이 따뜻한 화면 위를 노닌다. 작가는 “몽다와 친구들은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행복과 희망을 전하는 존재들입니다. 저는 이 캐릭터들을 통해 ‘지금의 삶도 충분히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이들이 존재하는 진짜 이유를 짚어주었다.

 

작가는 이 다정한 피조물들이 단순히 귀엽게 소비되는 것을 경계하며 “저는 캐릭터가 단순히 귀엽게 보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과하게 웃거나 과장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보는 이가 ‘귀엽다’에서 멈추지 않고, ‘따뜻하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그 지점을 찾기까지가 가장 치열한 시간입니다”라는 작가의 고백에서 깊은 고뇌가 엿보인다.

 

타인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하던 작가는, 마침내 캔버스와 완벽하게 교감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붓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색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제가 의도한 감정과 정확히 맞닿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는 시간 감각이 사라집니다. 숨이 고요해지고, 손끝이 따뜻해집니다”라는 섬세한 묘사는 치열한 몰입 끝에 찾아오는 창작의 희열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夢(몽)> 정혜련 작가 130.3x162.2cm 한지에 채색 2018 = 작가 제공

 

막연한 '행복한 세상'에서 다정한 '몽다와 친구들'이 되기까지, 세 번의 이정표가 된 인생작 
꾸준한 창작으로 예술적 입지를 다져온 작가에게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묵묵히 걸어온 세 번의 뚜렷한 이정표가 존재한다.

 

그 첫 번째 출발점은 2012년에 완성한 대학 졸업 작품인 <夢(몽)_130.3x324cm_한지에 연필,먹_2012>이다. 행복한 세상이라는 평생의 화두를 처음 던진 이 작품은 그의 모든 예술적 궤적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되었다.

 

이후 작가는 두 번째 인생작인 <夢(몽)_130.3x162.2cm_한지에 채색_2018>을 기점으로 약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토끼풀꽃과 세잎클로버라는 단일 상징에 집요하게 매달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끈질기게 탐구한 이 시기는, 훗날 긍정의 상징들이 작품 속에 확고히 자리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마침내 세 번째 이정표인 <HDH.SPIELRAUM_150 x 270cm_한지에 아크릴_ 2025>에 이르러 작가의 세계관은 활짝 만개한다. 디지털 작업을 접하며 몽다와 친구들을 세상에 내어놓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작가의 메시지는 한결 부드럽고 친근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 10년의 서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영감이 아니라, 묵묵한 시간이 쌓여 완성된 깊이 있는 결과물이다.

 

대중과 호흡하는 창작의 여정, 사각사각플레이스와 긍정의 예술교육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전통 한지와 현대적 아크릴을 접목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정혜련 작가의 궤적은 오산시립미술관과 서울메트로 등 주요 기관의 작품 소장으로 이어지며 그 탄탄한 입지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창작 행보는 고립된 개인의 작업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과의 생생한 호흡으로 넓게 뻗어가는 중이다.

 

현재 사각사각플레이스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전시와 창작 활동을 넘어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꾸준한 예술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이끌며 현장의 온기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대중과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이 시간들은 작가에게도 깊은 영감을 준다. 특히 수업 중 만난 한 아이가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그림이 예쁘다고 느꼈다며 수줍게 고백했던 일화는 작가에게 잊지 못할 벅찬 감동을 안겼다.

 

예술이 반드시 거창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긍정하게 만드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작가는, 이 소중한 교감의 순간들을 창작의 든든한 동력으로 삼아 타인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HDH.SPIELRAUM> 정혜련 작가 150 x 270cm한지에 아크릴 2025 = 작가 제공

 

상상의 힘과 미래 비전, 캔버스 너머의 다감각적 프로젝트 
급변하는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도 작가가 굳게 믿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결국 인간 고유의 상상력에 있다. 몽다와 친구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색과 어울릴지 상상하는 순간부터 작품은 이미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구가 아니라 ‘질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것을 표현하려 하는가. 누구에게 닿기를 원하는가. 그 질문이 분명하다면, 그것이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예술은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라는 작가의 단단한 철학은 진정한 예술성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명확히 짚어낸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작가는 평면 회화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시각적 매체만으로는 촉감과 공기의 온도까지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작가는, 향후 음악과 그림책, 공간 전시를 아우르는 다감각적 프로젝트를 촘촘히 준비 중이다. 캔버스 속 상징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대중과 직접 호흡하는 세계로 확장될 가슴 뛰는 미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나의 인생도 괜찮다, 독자를 향한 다정한 연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쏟아낼 순간을 찾지 못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작가는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넨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 마음의 빈자리가 훗날 누군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이 되며, “결핍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예술은 특별한 재능보다, 솔직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라는 그의 통찰은 존재의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따뜻한 연대의 메시지다.

 

정혜련 작가가 세상에 내어놓는 그림은 결코 거창하고 무거운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치열하게 오늘을 버텨낸 이들이 그림 앞을 서성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의 인생도 괜찮다”고 미소 짓기를 바랄 뿐이다.
“제 작품이 거창한 교훈이 되기보다는, 하루를 버틴 사람에게 작은 숨이 되었으면 합니다. 행복은 완벽함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가치임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춰 서서 그림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 팍팍한 시대를 걷는 대중에게 그가 띄우는 다정한 마지막 인사가 오래도록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도, 이미 하나쯤은 피어 있습니다.”

 

<HDH.Present> 2025 정혜련 작가, 반포대로 분전함 갤러리 공모 당선작 앞 = 작가 제공

 

[아티스트 소개: 정혜련]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으며, 학창 시절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유일한 출구였던 그림에 몰두했다. 디지털로 스케치한 상상을 전통 한지 위 아크릴 덧칠로 완성하며 종이 특유의 따뜻한 질감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졸업 후 7년간 행복을 의미하는 세잎클로버의 꽃인 를 토끼풀꽃을 탐구해 온 그는, 현재 판다곰 '몽다'와 친구들, 무지개 등의 상징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꾸준히 그려낸다.
오산시립미술관과 서울메트로에 작품이 소장되었으며, 현재 사각사각플레이스 입주작가로 창작과 시민 대상 예술 교육을 활발히 병행하고 있다. 향후 캔버스를 넘어 그림책, 음악, 공간 전시 등 다감각적 프로젝트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다. 현재 치열한 하루를 버틴 이들에게 "나의 인생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행복을 배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캔버스 앞에 선다.

 


[The Pocus Archive: 아티스트 아카이브 – OO을 사랑한 아티스트]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상의 힘에 있다. 본지 The Imaginary Pocus는 창간을 맞이하여 기술만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과 상상 세계를 지켜가는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연재 시리즈 [OO을 사랑한 아티스트]를 선보인다. The Pocus Archive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가치를 사랑하며 자신의 원하는 미래를 실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엄선하여 기록하고 있다.

 

 

 


 

작성 2026.03.21 02:48 수정 2026.03.21 02:49

RSS피드 기사제공처 : The Imaginary Pocus / 등록기자: 최은영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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