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제가 곁에 없을 때 경제적 착취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요?”
[전문가 칼럼 | 조재현 법무사] 현장에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상담하며 가장 자주 접하는, 그리고 가장 무거운 고민입니다. 자녀의 성년 의제(成年 擬制)는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보호자들에게는 도리어 ‘법적 노출'에 대한 공포로 다가옵니다. 성인이 되는 순간, 모든 경제적 행위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완전한 행위능력자'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 비대면 금융 시대, 정보 취약계층을 노리는 지능적 범죄
최근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금융 착취'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은 친밀 관계를 형성한 뒤, 스마트폰 개통과 동시에 비대면 대출을 실행하여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합니다.
현행 비대면 금융 시스템은 신분증 스캔과 휴대폰 본인 인증만으로 수천만 원의 대출이 단 몇 분 만에 실행됩니다. 인지 능력이 불충분한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동의한 행위의 법적 결과(원리금 상환 의무 등)를 인지하지 못한 채, 감당할 수 없는 채무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 ‘성년후견'의 경직성을 탈피한 ‘한정후견'의 맞춤형 보호
과거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대체한 현행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모든 권리를 포괄적으로 대리하는 ‘성년후견'이 자녀의 사회적 역량을 과도하게 제약한다고 느껴 주저하셨다면, ‘한정후견'이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한정후견은 일상적인 소비활동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은 자녀 스스로 수행하게 하여 자존감을 지켜주되, 부동산 계약, 고액 대출, 보증 행위등 리스크가 큰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설계하는 ‘선별적 보호 시스템'입니다.
■ 금융기관의 선의보다 우선하는 장애인 보호
한정후견 결정이 내려지면 해당 사실은 국가의 후견등기부에 등재됩니다. 만약 자녀가 후견인의 동의 없이 부당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면, 설령 대출금이 이미 지급되었더라도 후견인은 민법에 따라 해당 계약을 ‘소급하여 취소'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은 “비대면 거래 특성상 후견 여부를 알 수 없었다”며 선의의 제3자임을 주장할 수 있으나, 우리 법원과 대법원 판례는 후견 등기라는 공시 방법이 갖춰진 경우 금융기관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장애인의 보호를 우선합니다. 즉, 자녀가 사기 범죄에 연루되어 채무를 떠안았더라도, ‘현존 이익(남아있는 이익)'의 범위 내에서만 반환 책임을 지게 되므로 가계 경제의 파탄을 막는 강력한 최후의 보루가 됩니다.
■ 이중 안전망 구축
법적 취소권이 사후적인 구제책이라면, 사전 예방을 위해 ‘여신거래 안심차단'서비스를 반드시 병행하시길 권고합니다. 한정후견인으로서 자녀를 대리해 은행에 신청해두면, 신규 대출 시도가 원천 차단되어 사건 발생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 법적 장치는 족쇄가 아닌 ‘사회적 울타리'입니다.
법률적 안전망은 자녀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험난한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아이가 안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튼튼한 방패'입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 법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후, 전문가와의 면밀한 상담을 통해 자녀의 특성에 맞는 후견 범위를 설정하고 ‘법적 방패'를 미리 마련해 두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부모님이 부재한 미래에도 자녀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실천적인 사랑입니다.

조재현 법무사·행정사
AI부동산경제신문ㅣ자문위원
호재합동법무사사무소 대표 법무사, 행정사
법원 공무원 20년 근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