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나무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의 머리 위로 까치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먹이를 기다렸다. 노인은 놀라기보다 웃었다. 그 미소는 세월의 주름을 넘어 어린아이처럼 맑았다.
이 장면은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인생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우리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달린다. 돈과 성공, 책임과 경쟁 속에서 늘 무엇인가를 쫓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조금씩 알게 된다. 삶의 진짜 순간은 그렇게 바쁘게 달릴 때가 아니라, 조용히 앉아 있을 때 찾아온다는 사실을.
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앉아 있었고, 마음을 열어 둔 그 공간 사이로 까치가 내려앉았다.
삶의 인연도 이와 비슷하지않겠는가. 억지로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마음을 비우고 기다릴 때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작은 친절, 뜻밖의 만남, 짧은 위로의 순간들. 그것들은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날아와 우리의 어깨나 머리 위에 잠시 앉았다가 떠나는 까치와 같다.
노인의 등에 메인 배낭은 세월의 무게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위에 까치가 앉아 있는 순간, 그 무게는 오히려 가벼워진다. 누군가 와, 혹은 어떤 존재와 삶을 나누는 순간 인간의 짐은 조금 덜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황혼의 삶이 반드시 쓸쓸한 것만은 아니리라. 오히려 가장 작은 것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까치 한 마리가 내려앉는 일, 그 짧은 교감이 하루를 환하게 밝히기도 한다.
이 순간들의 모습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마음을 닫으면 세상은 멀어진다.
마음을 열면 세상은 다가온다.
공원의 노인처럼 잠시 멈춰 앉아 보라. 바람을 느끼고, 나무를 보고, 지나가는 새를 바라보라. 그러면 어느 순간 예상하지 못한 작은 기쁨이 찾아온다.
마치 까치가 머리 위에 내려앉듯.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인생의 행복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한 공원 한 모퉁이로 다가온 순간 속에도 숨어 있다는 것을.
-조 영길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