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는 이미 전후 질서의 안전지대를 벗어났다. 국제 정세는 더 이상 ‘불안정하지만 예측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 그 자체가 구조화된 시대다. 그 중심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있다.
트럼프 2.0의 핵심은 단순한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다. 이는 신(新) 먼로 독트린, 이른바 ‘Donroe Doctrine’으로 구체화됐다. 서반구에서 미국이 원치 않는 세력, 특히 중국의 전략적 자산 접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선언이다. 패권은 가치가 아니라 거래의 대상이 되었고, 동맹조차 조건부 계약으로 재편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베네수엘라였다. 2026년 1월 초, 미국 특수부대에 의한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는 상징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1989년 파나마 작전 이후 가장 노골적인 서반구 직접 개입이었고, 동시에 ‘거래적 패권’의 실험장이었다. 미국은 석유 인프라 재건을 명분으로 국가 운영 개입을 선언하며, 자원 통제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흐름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로 확장된다. 덴마크를 상대로 한 관세 압박, 파나마 운하의 중국 영향력 제거 움직임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서반구는 다시 미국의 전략적 후방이다.” 이는 협상이 아니라 통보다.
중동과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 차 소모전으로 굳어졌다. 트럼프식 중재는 ‘평화’가 아니라 비용 절감형 관리에 가깝다.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 제한적 휴전 논의는 전쟁의 종결이 아니라 동결에 불과하다.
더 위험한 변수는 중국이다. 2026년 초 단행된 PLA 고위 군부 숙청은 단순한 반부패 조치가 아니다. 이는 체제 불안의 신호이며, 동시에 외부 위기를 통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유혹을 키운다. 대만을 둘러싼 군사 훈련이 잦아질수록, 오판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2026년은 전환점이다. 트럼프 2.0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질서를 해체한 뒤 재거래하려 한다. 병오년의 ‘화(火)’는 단지 외부 충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부 분열, 제도 피로, 동맹의 균열까지 모두 태워버릴 수 있는 불씨다. 그리고 이 불길은 이제 막 번지기 시작했다.
-앤트사설 1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