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강남가다 거필택린

신흠, 백만매택 천만매린

가을친구와 함께 주유천하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 명조~인조)은 선조 때 4대 문장가 월상계택(月象谿澤: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 상촌(象村) 신흠(申欽), 계곡(谿谷) 장유(張維), 택당(澤堂) 이식(李植)을 이르는 말) 중 한 사람으로서 선조가 영창대군을 부탁한 유교 칠신(박동량, 서성, 신흠, 유영경, 한응인,한준겸, 허성)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신흠은 광해군 때 파직되어 유배되었다가 인조반정 이후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로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 사람으로 유명하다.

 

화향백리(花香百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주향천리(酒香千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인향만리(人香萬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


난향백리(蘭香百里: 난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묵향천리(墨香千里: 묵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덕향만리(德香萬里: 덕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


백만매택(百萬買宅: 집을 사는 데는 백만금을 지불하고)

천만매린(千萬買隣: 좋은 이웃을 사는 데는 천만금을 지불한다)

 

이 시에 나오는 천만매린(千萬買隣)과 관련된 실화가 하나 있다. 중국 남북조시대 송계아(宋季雅)라는 고위 관리가 정년퇴직에 대비해 자신이 살 집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지인들이 추천해 준 몇 곳을 다녀보았으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가 집값이 백만금 밖에 안되는 집을 천백만금을 주고 사서 이사를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웃집의 여승진(呂僧珍)이 그 이유를 묻자 송계아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미지: antnews>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불했고(百萬買宅) 천만금은 당신(여승진)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千萬買隣)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좋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데는 집값의 열 배를 줘도 아깝지 않다는 의미이다.

 

위에 인용한 신흠의 시는 중국의 사서(史書) 남사(南史)의 여승진전(呂僧珍傳)에 나오는 백만매택 천만매린(百萬買宅 千萬買隣: 백만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 이웃을 산다)”이라는 말을 차용한 시()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시문의 전체에 흐르고 있는 신흠(申欽)의 생각만은 높이 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일까? 옛 선인들은 거필택린(居必擇隣)이라 했다. 이웃을 선택해서 살 집을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내가 어려울 때 위로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그런 친구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있듯 나이 들수록 마음 맞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는 것은 노복(老福) 중의 첫째 복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속담에 나오는 강남은 서울의 한강 남쪽의 강남을 두고 하는 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어원을 따져 올라가면 이 속담에 나오는 강남은 중국의 양쯔강 남쪽 지방을 가리킨다고 한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할 때의 강남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또 밥에 넣어 먹거나 떡을 만들 때 소로 들어가는 강낭콩도 원래 이름은 중국 남쪽에서 온 것이라 하여 강남콩으로 불리다가 점차 연음화되어 강낭콩이 되었다고 한다.

 

가을 기운이 무르익으니 갑자기 친구 따라 강남 갈만한 절친이 몇이나 될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다가오는 가을은 천만금으로 살만한 이웃과 손잡고 강남 갈만한 친구와 함께 주유천하(周遊天下) 하면서 익어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작성 2026.03.16 21:09 수정 2026.03.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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