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으뜸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6



으뜸

 


눈으로 또는 비로 내려와

찬바람 찬물로 얼굴 씻으며

금빛 햇살 하나

배시시 웃고 있다.

 

마음으로 혹은 가슴으로 다가와

소망의 바람에 몸을 맡기니

실려 온 봄의 향기가

조용히 퍼지고 있다.

 

잘 가요, 그대여.

용서하는 마음은

늘 평행선으로 달리지만

이해는 언제나 으뜸이다.

 

또 봐요, 그대여.

믿어주는 행동은

늘 가장자리에 머물러

행복은 결국 으뜸이다.

 

 

<해설>

차가운 감각에서 출발해 따뜻한 가치로 귀결되는 서정의 흐름을 지닌 작품이다. 눈과 비, 찬바람과 찬물로 시작되는 첫 연은 삶의 고단함과 정화의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으며, 그 속에서 금빛 햇살 하나가 웃고 있다는 표현은 미약하지만 분명한 희망을 암시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시선이 외부 환경에서 내면으로 옮겨가며, 봄 향기가 실려 온존재로 등장해 기다림 끝에 도착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후반부의 화자는 관계의 윤리를 말한다. 용서와 믿음이 늘 중심에 서지 못하고 평행선이나 가장자리에 머문다 해도, 이해와 행복이야말로 삶의 으뜸이라는 인식이 조용히 선언된다. 이별과 재회의 인사 속에서도 원망보다 태도를 선택하는 화자의 성숙함이 시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며, 독자에게도 삶의 기준을 되묻게 한다.

 

<감상>

차가운 계절을 지나 마음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눈과 비, 찬바람 같은 이미지가 먼저 다가오지만 그것이 고통보다는 씻김처럼 느껴져 오히려 편안하다. 특히 금빛 햇살이 배시시웃고 있다는 표현은 일상의 작은 위안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중반의 봄 향기는 누군가의 마음이나 시간의 선물처럼 다가와 조용히 가슴에 머문다. 후반부에서 말하는 이해와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늘 중심에 있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담담히 건넨다. 이별의 말 속에서도 원망이나 후회 대신 믿음과 이해를 선택하는 태도가 인상 깊어, 읽고 난 뒤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정찬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시집 한 줄기 바람(1988)29, 한정찬시전집 2, 한정찬시선집 1, 소방안전칼럼집 1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작성 2026.03.08 02:39 수정 2026.03.08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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