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전통예술 판소리가 호주 시드니에서 이중언어 형식으로 재탄생했다. 2월 13일부터 14일까지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창의센터에서 열린 ‘바이링구얼 판소리 긴긴밤’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 어린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은 단순 초청이 아닌 국제 공동창제작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한국의 판소리가 남반구 대표 공연장 무대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관객을 만났다. 2026년 2월 진행된 ‘바이링구얼 판소리 긴긴밤’ 워크 인 프로그레스 쇼잉은 총 4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며 약 15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한 이번 프로젝트는 판소리의 서사 방식 안에 영어 대사와 연기를 결합해 재설계한 것으로, 제작진은 “언어 이해 여부와 관계없이 감정이 전달되는 무대를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13일 공연에는 한국어 이중언어 교육거점으로 운영되는 캠시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했고, 14일에는 일반 가족 관객이 객석을 채웠다. 한 어린이 관객은 공연 후 “한국어를 다 알지 못했지만 음악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객은 “전통예술이라 어렵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루

리 작가의 동화 ‘긴긴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은 서로 다른 존재가 긴 시간을 함께 지나며 연대와 성장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무대 위에서 한국 배우와 호주 배우가 각기 다른 언어로 호흡을 맞추는 방식으로 작품의 주제인 ‘공존’과 ‘다름의 이해’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협업은 2024년 서울아트마켓을 계기로 시작됐는데, 당시 작품을 접한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관계자는 원작이 담은 다양성의 메시지에 주목했고, 이를 영어권 관객과 공유할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후 양측은 약 1년간 논의를 거쳐 공동 창제작 형태로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공동 창제작은 완성 작품을 초청하는 방식과 다르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 기관이 제작 파트너로 참여해 국제 버전을 함께 완성하는 구조로, 공연계에서는 이를 한국 전통예술의 해외 진출 전략이 한 단계 확장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상숙은 “글을 모르는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번역을 넘어서 서사 구조 자체를 조정했다며 영어는 설명을 위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판소리 장단과 어우러지는 또 하나의 음악적 요소로 배치됐다.
이번 쇼잉은 개발 과정을 공유하는 중간 단계 공연이었다. 제작진은 오는 10월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주최하는 ‘제1회 국제어린이페스티벌’에서 최종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에는 오스트레일리아-한국 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의 지원이 더해졌다. 민관 협력 기반 위에서 추진된 이번 시도는 전통예술의 국제 확장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