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만 해도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앞날은 암울해 보였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긴 문서를 읽기 위해 위키피디아를 찾지 않게 됐다. 실제로 최근 3년 사이 위키피디아의 월간 방문 횟수는 11억 건 이상 감소했다. 정보를 찾는 방식이 검색에서 대화로 이동하면서 위키피디아는 검색 시대의 유물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AI 시대가 깊어질수록 위키피디아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AI가 내뱉는 유창한 답변의 원천이 바로 위키피디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키피디아의 변신은 철저히 전략적이었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2021년 '위키미디어 엔터프라이즈'를 출범하며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위키피디아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긁어가 서비스에 활용했지만, 이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효율 API를 통해 데이터를 공급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퍼플렉시티 등 내로라하는 AI 선두 주자들이 이미 위키피디아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들은 서버 유지 비용을 분담하는 대신,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6,500만 건 이상의 검증된 문서를 AI 학습에 활용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데이터의 질'이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챗GPT 답변의 최대 48%가 위키피디아 내용에 기반하고 있다. AI가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직접 편집하고 검증한 고품질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누구나 수정할 수 있어 신뢰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던 위키피디아의 특성이, 이제는 수많은 인간이 실시간으로 오류를 수정하는 '가장 거대한 인간 학습 데이터셋'이라는 강력한 장점으로 승화됐다. 결국 AI 기업들에게 위키피디아는 대체 불가능한 지식의 원천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 자원인 셈이다.
위키피디아의 사례는 AI 시대에 콘텐츠 생산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플랫폼 방문자 수에 연연하기보다, 데이터 자체의 권위와 가치를 높여 AI 생태계의 '공급망'을 장악하는 전략이 유효함을 증명했다. 위키피디아는 AI 시대를 지탱하는 지식 인프라의 포식자로 거듭났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데이터가 여전히 세상의 중심임을 위키피디아는 입증하고 있다.











